왕이 “일본 역사인식 아직 신뢰 결핍”…기시다 “관계 개선엔 쌍방 노력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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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회담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뉴시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4시간 동안 회담했다. 국제 다자회의에 참석해 이뤄진 만남을 제외하면 거의 4년반 만에 성사된 공식 외무장관 회담이었지만 양국간 갈등의 골이 아직 좁혀지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4년 반만의 중·일 외무장관 회담
4시간 동안 가시 돋힌 발언 오가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발언 요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강한 어조의 발언으로 일관했다. 왕 부장은 “중·일 관계가 반복적으로 곤경에 부딪히는 문제들은 일본의 역사 인식과 중국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관계 개선 조짐이 있긴 하지만 아직 상호신뢰가 결핍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진심과 성의를 갖고 중국에 온 것이라면 환영한다. 그러나 중국에는 ‘말을 듣고, 행동을 본다’(聽其言, 觀其行)‘는 속담이 있다”며 가시 돋친 말을 했다. 왕 부장은 ▶일본이 진정으로 역사를 반성하고 ▶중국에 대한 대항심을 버리고 지역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등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은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일본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혀 이 현안에 대해서도 설전이 오갔음을 시사했다. 이밖에 양측은 북한 추가 핵실험 동향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회담 뒤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는 올 하반기 일본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3국정상회의를 계기로 리 총리를 초청한다는 의사를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은 성과보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정상간 방문 외교의 복원을 위한 중간 단계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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