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한국 자체 핵무장론 제기하자 아인혼 “한·미 연합전력 충분한데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사 이미지

로버트 아인혼

새누리당 원유철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이 27일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앞에서 제기했다가 반박을 당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아인혼 전 특보를 만나 “저는 북핵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적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며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냥 쳐다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차원에서 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한·미 연합 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며, 북한 도발에 상당한 억지력을 갖는다는 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강력히 제재하지 않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고, 우리가 방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등에 중국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데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인혼 전 특보는 “한·미 연합 전력의 효과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미 연합 전력이 한국의 방위 필요성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면 왜 한국이 자체적으로 억지력을 추구하길 원하는지 묻고 싶다”고 받아쳤다. 그는 “한국이 독립적 억지 역량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대가가 따를 수 있는데, 왜 이를 원하는 것이냐”는 질문도 덧붙였다.

그러자 원 원내대표는 “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눈앞에 두고 우리가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가 핵무장론을 제기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외교통 인사는 “아인혼 전 특보는 핵 문제에 있어선 미 최고의 권위자인 데다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도 영향력이 큰 ‘힐러리 사단’ 인물로 꼽힌다”며 “미국에서 경계하는 핵 보유 문제를 꼭 그의 면전에서 공공연히 주장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아인혼 전 특보는 전날 열린 국제관계포럼 ‘아산플래넘 2016’에서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핵우산을 거둘 일은 전혀 없다. 한국이 핵무장으로 얻게 될 인센티브는 아주 적으며, 오히려 핵 역량 보유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금전적 비용은 물론이고, 원전 연료 수입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을 토대로 미국으로부터 핵물질을 제공받고 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다.

오바마 “미군, 북한 파괴할 수 있다”

독일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군 무기로 북한을 분명히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북한 위협은 최소한 막을 수 있다”면서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공격은 우리의 중요한 우방인 한국이 북한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력으로 북한을 쳐부술 순 있지만 한국이 입을 피해를 고려해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지혜·현일훈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