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잘 아는 변호사가 더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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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백화점 문을 밀어젖히다 먼저 들어간 어린이를 다치게 한 변호사가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5단독 최종진 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이모(32)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문 확 밀어 어린이 뇌진탕
합의 않고 버티다 250만원 벌금

2014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왼쪽 출입문을 밀고 들어간 손모(당시 다섯 살)양이 고꾸라졌다. 뒤따르던 이씨가 밀어젖힌 오른쪽 문에 달린 철제 손잡이가 뒤통수를 쳤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문을 밀고 들어갈 때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병원에서 뇌진탕 진단을 받은 손양은 이 사고로 3주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씨는 사고 뒤에 곧바로 사과했지만 보상과 관련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는 법정에서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아이가 갑자기 먼저 뛰어 들어가는 바람에 생긴 사고여서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판사는 “백화점처럼 사람이 많고 번잡한 곳에서 출입문을 밀고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주변 상황을 살필 의무가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 걸음이 느린 아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통화를 하며 걷던 이씨의 부주의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문이 투명한 유리여서 앞사람들의 움직임을 충분히 살필 수 있었다는 점도 이씨의 과실로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최 판사는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한 기회를 수차례나 줬음에도 불구하고 합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치 않아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 측이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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