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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바스프, 합작 공장 세우고 임시동맹…'생산은 함께, 판매는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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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코오롱플라스틱과 바스프가 공동으로 설립한 합작사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의 POM공장 착공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국장, 라이마르 얀(Raimar Jahn) BASF 퍼포먼스 제품 총괄 사장, 안병덕 (주)코오롱 사장, 정병윤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장희구 코오롱플라스틱 대표. [사진 코오롱플라스틱]

성장성이 높은 자동차 경량화 부품 시장을 잡기 위해 경쟁사가 임시 동맹을 맺었다.

금속을 대체하는 신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코오롱플라스틱과 독일계 화학기업 바스프가 '폴리옥시메틸렌(POM)' 생산 합작사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을 설립한 것.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POM은 높은 마모성과 열안전성을 지닌 물질로, 주로 자동차 내장이나 전기전자 제품의 부품으로 사용한다. 자동차 안전벨트 이음새 부분이 대표적인 POM 제품이다.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의 POM 공장 착공식이 27일 경상북도 소재의 코오롱플라스틱 김천공장에서 열렸다. 이번에 지을 공장은 201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 7만t의 POM의 생산하도록 설계했다. 코오롱플라스틱 김천공장은 이미 연 8만t의 POM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 신규 공장이 추가되면 연 15만t 규모 공장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POM 공장이 김천에 들어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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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코오롱플라스틱 김천공장의 POM 생산설비. 바로 옆에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의 POM 플랜트가 신설될 예정이다. [사진 코오롱플라스틱]

두 회사는 각 50% 지분을 투자해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을 설립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이 가진 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바스프의 노하우가 더해져 고품질의 POM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예정된 투자액은 양사를 합쳐 2800억원 수준이다. 7만t 생산시설이 완성되면 양사는 생산되는 각자 양의 절반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은 각 사의 몫이다. 생산은 함께 하되, 시장에 제품을 팔 때는 다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코오롱플라스틱 장희구 대표는 "아직 바스프가 더 높은 수준의 POM을 생산하기 때문에 당장 시장이 겹치지 않지만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코오롱플라스틱의 품질이 크게 향상돼 언젠가는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POM 시장의 전망은 밝다. 세계적으로 연간 110만t 규모의 POM 수요가 있고, 연평균 5%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POM 생산은 높은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어서 새로운 기업이 진입해 공급과잉이 발생할 우려는 적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이번 공장 설립으로 품질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중국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충분히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POM을 대체할 새로운 경쟁 소재의 등장에 대해서도 여유를 보였다. 한국바스프 임재영 사장은 "화학 소재분야는 항상 새로운 대체 소재가 시장에 나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면서도 "이번 협업으로 품질·가격에서 한 단계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하게 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떤 소재보다도 경쟁에서 앞설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천=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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