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오는데 … 채용시장 꽁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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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남 창원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올해 신입사원을 뽑지 않을 계획이다. 경영 환경이 나빠진데다 기존 직원들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 꼭 필요한 분야에서만 경력 사원을 3~4명 정도 채용할 계획이다. 김씨는 “새 피를 받아야 공장에 활력이 도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인력 규모를 그대로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신규 채용 4% 감소
채용 계획 기업수 5년새 최저

올해 채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4% 감소할 전망이다.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전체 중 56%에 그쳤다. 2011년 이후 최저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 336곳을 설문한 결과다. 경총은 “경기 침체에 따라 경영실적이 악화하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신규 채용계획에 대해 “미정”이라고 답한 기업이 26%, “없음”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18%였다. 지난해보다 “미정”은 1%포인트, “없음”은 2%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채용 계획이 있거나 이미 채용했다”는 비율은 56%였다. 지난해보다 3%포인트 줄었다. 기업 규모 별로 보면 100∼299인 기업은 지난해보다 평균 11%, 300~999인 기업은 12%, 1000인 이상은 4% 채용을 줄일 계획이다. 산업 별로는 제조업(-4.6%)·비제조업(-3.9%) 모두 채용 규모가 줄었다. 학력별 신규채용 규모도 대졸(-5.8%)·고졸(-5.0%)과 학력구분 없음(-3.2%) 모두 감소했다.

기업들은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줄인 이유로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42%)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19%) ▶정년연장으로 인한 부담 증가(16%) ▶잉여인력 해소 등 경영합리화(13%)를 꼽았다.

그나마 채용 계획을 가진 기업은 경력 직원을 선호했다. 신규 채용(예정) 직원 중 신입이 71%, 경력은 29%였다. 경력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2%포인트 늘었고, 신입은 그만큼 줄었다.

경총은 “경영난이 심각할 수록 신입보다 재교육·훈련 비용이 적게 들고 즉시 실무투입이 가능한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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