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딱 감고 … 아빠 육아휴직 57% 늘어 138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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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모(35)씨는 지난해 눈 딱 감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유씨는 “남자로서 육아휴직을 쓰기까지 회사와 직장 상사의 눈치가 보였지만 아빠로서의 도리는 아이가 필요할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모(32·서울 K서비스)씨도 중소기업에 다닌다. 쌍둥이를 출산한 뒤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휴직을 결심했다. 서씨는 “아이가 뒤집고, 기어 다니고, 잡고 서기를 했던 소중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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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휴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사나 회사의 눈치 보기가 상대적으로 덜한 대기업에서 많았다. 올해는 다르다. 중소기업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이 확 늘어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안 남성 육아휴직자는 13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8명)보다 57.3% 늘었다.

근무시간 단축 신청도 크게 늘어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중도 지난해 4.5%에서 6.5%로 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상시 근로자 100~300인 기업에선 1분기 동안 196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해 지난해 같은 기간(91명)의 2.1배로 늘었다. 30~100인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95명에서 166명으로 75%나 불어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지난해 480명에서 752명으로 57% 증가했다.

고용부 나영돈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육아휴직이 근로자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가정을 돌보려는 남성의 의식 전환이 뒤따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육아휴직 대신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남성 근로자도 올해 1분기에만 638명이었다. 지난해(380명)보다 68% 증가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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