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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과 「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나까소네」 일본수상이 백화점에서 쇼핑한 것이 화제가 된일이 있었다. 4월하순 일본의 신문들은 사진과 함께 그 품목까지 소개했다. 미·일무역전쟁의 와중에 외래품 사기 운동을솔선해 보인 것이다.
한가지 홍미있는 사실은 그 품목이 아니라 값이다. 박래품이라고는 하지만 넥타이가 1만5천엔, 블루종 (점퍼의 일종)이 2만5천엔, 스포츠셔츠가 2만5천엔.
우리는 그값을 성급히 원화로 환산해 1만5천에는 5만2천5백원, 2만5천앤은 8만7천5백원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일본에 며칠 머물러 보면 우리 돈 원화와 일화 엔과의 35배 비교는 현실과 거리가멀다. 오히러 피부로 느끼는 감각물가로는 1대1에 가깝다.
동경의 지하철요금이 도심권에선 1백20엔에서 1백40엔사이, 택시의 기본요금이 4백70엔에서 3백70m마다 80엔씩 뛴다. 여기에 시간병산제로 겹쳐 출퇴근시간을 만나면 눈깜짝할 사이에 2천∼3천엔이 된다.
음식점엘 들어가 봐도 불고기 1인분에 1천8백엔이다. 1인분의 양은 몇 젓가락에 불과해 2인분즘 시커야 식성에 찬다.
와이셔츠 값, 양말 값도 우리나라 값의 3분의1 값이 결코 아니다. 거의 같은 값이다.
호텔값은 1대1로 쳐도 그 폭이 비싸면 비싸지 싸지 않다. 별이 네댓개 붙어 있는 호텔의싱글 룸은 그야말로 됫박만하다. 그 숙박료가 1만5천엔. 「별」값으로는 싸보이지만 방의 크기와 시설로 보면 우리의 2류여관만 하다.
한가지 싼 것이 있다. 책값이다. 단행본 값은 2백30페이지의 하드 커버가 1천엔이다.
집값을 보자. 방 둘에 식당과 부엌이 있는 아파트값이 3천2백60만엔이다. 식료품가게의 두부값, 배추값이 2백∼5백엔이다.
대졸자의 초임이 15만엔 안팎이다. 앞에서 소개한 물건값으로 치면 그 월급을 우리 돈으로 환산해 50만원이라고 입을 벌릴수 있을까.
동경은 물건값 비싸기로 세계 「베스트 5」 중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5천엔짜리가 중간화폐 같다. 우리돈 1만7천원보다 힘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상품의 질, 생활의 질에 있어선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엊그제의 우리생활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차이는 우리도 따라갈수 있다.
우리가 물가안정과 돈의 구매력을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 지켜갈 수 있다면, 물가대국까지는 몰라도 물가낙원이라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국민소득 1만달리의 나라라고 일본사람들이 뻐기는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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