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트업, 이렇게 스피드 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남성태(38) 집펀드 대표는 부동산에 핀테크를 접목한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최근 그는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프라이머’와 ‘매쉬업 엔젤스’ 관계자들을 만났다. 기술 지원과 자금 투자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면담을 하며 내 사업의 장단점을 다시 돌아봤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최근 벤처 창업 열기의 최대 공헌자 중 하나는 ‘액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 10곳 중 9곳이 2년 안에 문을 닫아 업계에선 이 기간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액셀러레이터는 열정만 가득한 창업팀이 죽음의 계곡을 넘도록 돕는 이들이다. 투자와 자문을 제공해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대표 스타 액셀러레이터 대표들은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받았다”는 자만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사 이미지

한국 1호 액셀러레이터 권도균(54) 프라이머 대표는 “스타트업은 임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창업가는 창업경진대회 입상, 언론의 조명이나 공공기관의 인증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받았다고 여긴다. 권 대표는 “모두 오해”라고 단언한다.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사업의 본질이다. 권 대표는 2010년 국내 최초 액셀러레이터 기관 프라이머를 설립해 지금까지 86개 스타트업을 지도해왔다. 1997년 이니텍, 98년 이니시스를 설립해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유행 창업 아이템도 금물이다. 권 대표는 이런 아이템을 들고 오는 이들을 가장 먼저 돌려 보낸다. 그는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해도 본인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이미지

이택경(47) 매쉬업 엔젤스 대표는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B’를 세워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공동창업자인 이 대표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료”라고 말한다. 투자 역시 어떤 사람이 모여 있느냐를 보고 결정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이 첫 아이템으로 성공하는 건 드문 일”이라며 “상황에 따라 사업계획을 다시 세우고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따라주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류중희(43) 퓨처플레이 대표는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다. 그는 “기술 분야에서는 투자받으려는 사람이 사업에 대해 잘 아는지가 더욱 잘 드러난다”며 “왜 사업을 하려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AIST 졸업 후 벤처기업 올라웍스를 창업해 350억원에 인텔에 매각한 바 있다. 그는 “투자자가 마음에 안 드는 얘길 하는데 ‘예’ 하고 뒤에서 딴소리 하는 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 죽음의 계곡 넘으려면…
액셀러레이터 3인의 조언

액셀러레이터들은 또한 ‘고객이 누구인지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이택경 대표는 “고객 의견을 반영한 사업계획서가 성공 확률을 높인다”며 “고객이 누구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균 대표는 “스타트업 교육을 마치고 실전에 들어간 팀엔 두 달 동안 200명 이상의 잠재 고객을 만나 질문하고 배우게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스타트업 열기 들썩이는 판교…올해 200개 새기업 뜬다

② 스타트업 밀어주는 ‘액셀러레이터’



벤처 1세대 위주였던 액셀러레이터 시장은 최근 다양해졌다. 2015년 가장 주목받은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의 이한주 대표는 미국 동포 출신이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이 가능한 업체를 중심으로 투자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 미미박스·노리·망고플레이트·스타일위키·스테이즈를 키워냈다.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는 대학교수도 있다. K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변광준 아주대 교수다. K스타트업은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을 비롯해 센텐스랩·젤리코스터·크로키·말랑스튜디오에 투자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도 등장했다. 롯데그룹은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투자법인 ‘롯데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했다. 한화는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한화 드림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기존 액셀러레이터에게 찾아가 노하우를 배우는 대기업 관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각광받는 액셀러레이터지만 최근엔 악재도 생겼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검찰에 구속됐다. 스타트업에서 제공해야 할 수십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연속 사업가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국가제도가 정립돼야 이들이 위축되지 않고 활동해 벤처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의 안착을 위해 투자·교육을 지원하는 업체 또는 기관을 말한다. 사무공간 등 물리적 지원부터 투자자 소개, 해외 네트워크 개척 등을 지원한다. 통상적으로 스타트업의 지분 5~10%를 인수해 스타트업이 상장되거나 매각되면 수익을 챙긴다.

조용탁·최은경 기자 ytcho@joongang.co.kr

※자세한 내용은 25일 발행하는 이코노미스트 1332호 참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