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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포슬한 흙속에서 겨우내 잠들었던 청보리의 속잎이 나올 무렵, 딸아이가 이곳 학교에 입학을 했다.
가냘픈 어깨에 책가방이 메어지고 다부지게 운동화를 챙겨신는 모습에서 새삼 가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시골의 국민학교. 삼십여명씩 겨우 두 학급을 채운 학생들. 도회의 콩나물교실이 무색할이 만큼 교실안은 헐렁했다.
입학식 날 교장선생님께서는 해마다 학생이 줄어들어 걱정이라시며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교육을 핑계삼아 이곳저곳 좋은 학군을 찾아 마치 철새처럼 몰려다니는 요즈음인데, 지난 겨울 집안 사정으로 도회의 집을 정리하여 시집인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처음엔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어린시절 흙을 밟고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자란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의 감성을 풍부하게 키워주는데는 시골생활이 훨씬 나으리라는 생각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었다.
이른 새벽 눈을 뜨면 들리는 봄 뻐꾸기 소리, 창호지 문밖으로 쏴아 스치는 생바람 소리, 비록 흙장난으로 얼굴과 손은 엉망이 됐으나 햇볕에 그으른 아이들의 모습은 더욱 건강해 보인다.
어제는 모자회가 있어 학교에 갔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담임선생님께서 몇 명되지 않는 아이들을 일일이 타이르시고 지적해 주는 모습이 넓은 운동장, 허름한 교실, 교정의 많은 나무와 더불어 무척이나 목가적이었다고나 할까?
도회의 2부제 수업 때문에 오전과 오후를 분간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내 딸아이는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경남 김해군 가락면 봉림리444(문병석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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