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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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의 한뉘의 삶처럼 어렵다면 한정없이 어려운것도 시(예술)요, 또 한량없이 쉽다면 쉬운것도 시(생활)가 아닐까. 천부의 자질을 딛고 극치를 추구하는 전문적 시업의 경우야 애당초 이런 자리에서 논할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것이 바로 시가 아닐까. 조지훈시인의 말마따나「냉수 한잔 들이킬 수 있는 자 어찌 한잔의 술을 못마시며, 아름다운 사물앞에서 아! 하고 감탄을 발할 수 있는 자 어찌 한줄의 시를 노래하지 못하리오」.
이말에의 화답을 이번주의 작품들로서 대신하기로 하자.
이번에 선보이는 다섯편의 시조는 모두가 이른바「초심자」의 것이다.
그런만큼 하나같이 앳되고 투박하다. 거의 모두가 한두 귀절씩은 손을 보아야 온전히 그 때깔이 잡힐 정도로 마냥 서툰 솜씨들인 것이다.
그런대로 이들은 앳된만큼 풋풋하고 서툰채로 진솔하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어느 한 대목에서나마 제나름의 값진 소리들을 얻어내고 있는 점이다·
가령, 상이 꽤나 진부한『고향집을 그리며』와『추풍령』도 각기「강변 숲 황새 한마리 새달처럼 날아든다」라든지「병풍을 수놓아 산가재 눈 뜨는데」따위의 의표를 찌르는 경이로운 소리를 낳고 있다. 그런가하면 시조의 걸음마를 겨우 익힌 듯한『새벽달』과『해변에 서』도「끝끝내 못 이를 아픔인가, 저리 희게 여위는건」이며「통통배 가득찬 웃음 되짚는 물굽이로」와 같은 시적 발성이 강한 번뜩이는 표현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한『태양』은 어떠한가. 이 작품은 위의 4편에 비겨서도 엎핏 제일 설익고 서툰듯한 인상을 끼친다. 장사이의 단락이며 시어선택 등 전반적인 수사가 전혀 세련되지 못한 나머지 의미전달 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폭발적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그 목소리만은 한껏 건강하다.
통틀어 다섯의 새 얼굴들은 적어도 앞으로의 가능성이라는 시각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들 싱그러운 처녀림속에서 앞서 소개한 지훈의 말을 되씹어보기 바란다.
박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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