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100.4m 관제탑은 사랑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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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에 떠 있는 조그만 점에 수백명의 승객이 타고 있는 만큼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긴장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관제사로서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100.4m인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에 근무하는 유동회(33.건설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 관제과 비행관제사)씨와 장혜원(30.인천국제공항공사 계류장관제팀 관제사)씨 부부. 유씨는 22층, 장씨는 18층에서 근무하고 있다.

관제사는 수많은 항공기가 충돌없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늘을 지키는 일종의 '교통 순경'이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다른 항공기나 지상 시설에 부딪치지 않고 안전하게 공항을 드나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을 한다.

유씨 부부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하루에도 3백60여편의 국내외 항공기가 무사히 이.착륙하는 데 등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항공대 항공관리학과(현재 항공교통학과) 선후배 사이다. 유씨가 군제대 후 복학한 1994년부터 캠퍼스 커플로서 사랑을 키웠고, 서로를 의지하며 관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다가 95년 나란히 자격증을 취득했다.

"항공 분야를 동경했지만 영화 '다이하드 2'에서 폭발 위기에 처한 비행기를 구하는 데 기여하는 관제사의 모습을 보고 함께 이 길을 가기로 약속했어요."(장씨)

이들은 95년 말 제주국제공항 관제탑에서 나란히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97년 결혼해 제주에서 꿈 같은 신혼생활을 했다. 그러나 부인 장씨가 2000년 6월 인천국제공항의 관제사 모집에 지원해 합격하는 바람에 신혼의 단꿈은 5년 만에 깨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인천국제공항 개항에 맞춰 남편 유씨가 아내 곁으로 날아가기 위해 서울지방항공청으로 보직을 신청했다. 제주도에 이어 같은 관제탑에서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한살배기 딸은 근처에 사는 부모님이 돌봐주고 있다.

유씨는 "근무 장소도 좁고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등 관제사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일은 매우 즐겁다"며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적인 공항으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지방항공청 안휘병 관제과장은 "유씨 부부는 모범적인 관제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금실까지 좋아 주변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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