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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권력층·관료군이 젊어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내 소련전문가들의 관찰과 모스크바특파원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해보면 소련의「고르바초프」지배체제는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한 조짐은 이번 당중앙위의 정치국원선출 등 과감하고도 광범한 인사와 경제개혁에의 거센 구호에서도 쉽사리 파악된다.
「체르넨코」사망직후 집권, 이제 겨우 6주가 지나는 사이「고르바초프」는 키로프지구 공산당 제1서기, 민스크지구당의 제1서기, 키르기지아지구의 고위당관리 및 법무장관, 중앙의 전력담당장관 등 수많은 관리와 당료를 갈아치웠다.
금년들어서 소련내 l백60여개 지구 또는 공화국 공산당가운데 약20개 당의 제1서기들이 바뀌었다.
인사쇄신은 금년말 아니면 내년초에 열릴 제27차 전국공산당대회를 계기로 피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치국 다음으로 권력의 핵심을 이루고있는 당중앙위원회 멤버의 대폭 교체가 있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당중앙위 멤버는 5년 주기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데 이번 전당대회 때 3백여명의 위원중 적어도 70명이상은 교체될 전망이다.
현재의 중앙위멤버들은「브레즈네프」시대 선임된 인물들로「브레즈네프」의 인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막강한 중앙위를 자신의 구도대로 재편하는 일은「고르바초프」에겐 매우 중요하고도 놓칠수 없는 기회가 된다.
중앙위개편에 앞서「고르바초프」는 최고권력기관인 정치국에 자신의 측근인물 3명을 보강시킴으로써 자신의 권력기반을 더욱 굳혀 놓았다.
이로써 정치국은「안드로포프」「체르넨코」「우스티노프」등의 사망으로 공석이 생겨 가장 적은 수준인 10명에서 13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고르바초프」가 인사쇄신을 서두르는 것은 지금까지의 비능률적이고 타성에 젖은 늙은 사람들을 갖고는 경제 및 사회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비철치금담당장관「페트르·호마코」는 올해 81세. 그는 1940년 임명된 후 지금껏 그 자리를 지키고있다.
82년「브레즈네프」가 죽었을 때 소련의 경제정책을 다루고 있는 1백14명 장관들의 평균나이는 72세.
거기다가 어떤 문제로 인책사임하는 경우도 적당하게 다른 자리로 전보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례였다.
이러한 노인관료 및 당료를 거느리고 개혁을 해보겠다는 것은 54세의 패기만만한「고르바초프」로서는 안될 말이다.
「고르바초프」집권이후 무능·부패·나태의 낙인을 찍어 대규모 숙정작업을 벌이면서『숙정된 자는 다른 어떤 자리에도 보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를 통해 계속 천명, 자신의 결의를 다짐해왔다.
이러한 바람에 밀려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인 79세의「니콜라이·티호노프」수상도 곧 자리를 물러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 자리에는「고르바초프」의 측근인 당정치국원「비탈리·보로트니코프」나「게이달·알리예프」를 앉힐 것으로 보인다. 인사숙청 내지 쇄신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고르바초프」의 경제 사회개혁의지로 연결된다.
「고르바초프」는 서방 자본주의체제와 경쟁하려면 경제발전이 선결과제이고 그것은 기술혁신과 생산성향상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서독에비해 1인당 GNP가 절반에 못미치는 소련이 1인당 에너지소비량에서 서독보다 10%나 높은 사실, 국가총예산의 3분의1을 쏟아 넣는 농업부문에서 생산목표를 훨씬 미달하고있는 실정, 그리고 컴퓨터 시설을 갖춘 공장지대가 거의 없다는 사실 등 후진경제수준을「고르바초프」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있다.
최근 2백∼3백개 학교에서 컴퓨터교육을 시작했다는 소련신문의 보도는「고르바초프」집권이후 나타나는 개혁바람의 한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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