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민주화의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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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브라질의 민주화는 「네베스」와 함께 병사할 것인가. 극우 군부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회복해가고 있는 브라질을 주시해온 자유인들은 지금 브라질의 장래에 대해 일말의 우려를 금치 못하게 됐다.
21년간의 장기독재를 펴온 강력한 군부의 지지를 받고 나온 「말루프」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75세의 「네베스」가 취임식도 못하고 7차례의 장수술끝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시인이며 변호사인 부통령 당선자 「사르네이」가 대통령직을 승계했지만 브라질의 정치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도처에 잠재해있다.「사르네이」의 리더십이 「네베스」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는데다 한편으로는 민주화를 조기에 달성하려는 급진파의 도전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는 「네베스」사망 이전부터 「디레테스·자」라는 급진민주파의 직선제 개헌운동이 전개돼 왔다. 「네베스」는 임기 5년 이내에 현재의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고치고 각 분야의 민주화 작업을 끝낸다는 일정을 제시했으나, 「디레테스·자」는 그것을 1∼2년 안에 끝내고 새로 대통령을 뽑자는 압력을 가하는 국민운동을 펴왔다.
대통령승계자인 「사르네이」는 「네베스」의 민주화구상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군부독재의 부활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으나 급진민주파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권력승계로 약화된 정부의 권위에 「디레테스·자」의 도전이 가중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욱이 「사르네이」는 오랫동안 군부가 지원해온 사회민주당 당수로 있으면서 군부정치에 관여해 오다가 군부에 의한 민정복귀가 시작되자 선거직전 지금 여당이 된 민주운동당으로 옮겨 「네베스」의 러닝메이트가 된 친군부 인물이다.
그 때문에 여당 안에서도 「네베스」사망 이전부터 「사르네이」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브라질에는 민주의식이 축적돼 있고 국민들은 이것을 적절하게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있다.
주변정세도 전반적으로 군정에서 민정화되는 추세이므로 브라질이 현재의 민주화에서 후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브라질 민주주의의 장래를 약속하는 가장 든든한 요인은 군부자체의 비정치화와 민주화이후의 경제호전이다.
군부가 정권을 민간에 이양한 것은 스스로의 통치력량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군부집권 이후 경제의 악화와 외채의 누증, 인플레와 실업률의 상승,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으로 브라질은 국가로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군부가 민주화일정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해 나가면서 무역은 흑자로 전환됐고 인플레와 실업도 감소추세를 맞게됐다.
특히 「네베스」의 와병이후 경제가 다시 악화됨으로써 브라질의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은 민주화와 함수관계에 있음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네베스」사망 후 군부는 호헌을 선언, 정치에 개입치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현상은 「네베스」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민주화를 낙관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브라질의 장래는 군부통치로부터 민주화를 실현해야하는 많은 정치후진국들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라질의 차질 없는 민주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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