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좋아 모인 「다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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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상액 위로 촉광 낮은 사각의 붉은조명 등이 하나 켜져 있다. 1평 정도의 좁은 암실에서 한 주부가 막 인화된 작품을 대나무 핀 세트로 조심스럽게 건져 울린다.
『다 타 버렸네.』
울상이 되어 암실을 나오자 작업실에 있던 주부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30대 주부 10명이 모여 84년 3월에 발족한 「다리회」는 아직까지 전시회조차 가져 보지 못한 순수한 아마추어 사진작가 모임이다.
그동안 사진작가 박영숙씨(45)의 지도를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서로 사귀며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매주 월요일 상오 10시면 서울 신문노2가의 한2층 건물 옥상 5평짜리 가 건물작업실에 모여 각자의 작품을 들고 열심히 토론을 벌인다.
다리회 회장 김신정씨(37)는 자신들은 지금 사진을 처음 아는 상태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단계에 머무르는 정도이기 때문에 사진전은 아직 멀었다며 경솔해 했다.
지난 겨울 다리회는 공동 작업 주제로 눈(설)을 택했다.
눈과 아이들, 담장 위의 눈, 나무·지붕·장독·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쌓인 눈 등이 그 소재로 흔히 잊기 쉬운 주변의 아름다움에서부터 자신의 영역을 착실히 넓혀 왔다.
회원 김진숙씨(33)는 『주부라 여행이 힘들어요. 시내버스를 이용하지요. 우리가 주로 내리는 곳은 시내버스 종점이지요』라고 주부작가의 제약을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태능·세곡동·뚝섬·남한산성 등이 주된 야외 촬영 장소다. 『아이들이 다 자라 그전처럼 어머니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그 텅빈 시간이 사실 두렵기도 합니다. 예술이야말로 그 허전함을 자신의 것으로 꾸준히 승화시켜 주리라 믿습니다.』김 회장의 말. 그는 또 『지금의 성취감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닦아 나가야 한다』며 많은 주부들의 참석을 바랐다. 문의 (593)3462. <양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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