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가입 EEC 비중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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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포르투갈 두 나라가 EEC(유럽공동시장)가입신청을 한 것은 지난 77년.
그후 8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리하게 끌어온 이들 두 나라의 가입협상은 지난 월말 브뤼셀에서 EEC정상들이 정치적 합의를 봄으로써 완전 타결됐다.
이로써 내년1월1일부터 EEC는 회원국수가 현재의 10개국에서 12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1957년 로마협정에 의해 발족한 EEC의 이 같은 팽창은 산술적 차원을 넘어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있다.
EEC는 총 경제규모(총GDP 2조3천억 달러)가 미국을 앞서고 무역량은 전세계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있다.
여기에 60만평방km(스페인 50만5천, 포르투갈 9만2천평방km)의 넓은 면적과 약 5천만인구(스페인 3천9백만명, 포르투갈 1천만명) 그리고 GDP규모 약 2천억 달러의 이베리아반도가 추가됨으로써 경제적 비중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우선 스페인과 포르투갈과의 교역관계도 앞으로는 영국·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EEC관문을 통하도록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EC는 역내관세의 철폐를 비롯, 경제정책의 공동보조와 상호협력을 목적으로 삼고있고 나아가 궁극적인 유럽의 정치통합유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의 확대는 대내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나라로서 EEC가입은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군사독재로부터 민정에 복귀한지 10년에 불과, 정치적으로 미숙한 이들 두 나라가 시민민주주의기틀이 확고한 EEC권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착을 촉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유럽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현실적인 도움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포르투갈(1인당GNP 약 1천9백 달러)과 역시 후진그룹인 스페인(1인당GNP 3천8백 달러)이 EEC로부터 받게될 경제적 협력이다.
가입협상이 완전 타결되자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민들이 환호한 것은 이처럼 정치적·경제적 이득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뛰어듦으로써 생기는 문제도 간단치는 않다.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농업비중이 큰 이들 두 나라의 가입으로 가뜩이나 생산과잉인 포도주·과일·우유 등 농축산물의 생산조정문제가 가장 골치 아픈 문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구조와 발전단계의 격차에서 오는 경제정책상 공동보조의 어려움이다. EEC는 자유무역원칙의 확대실시를 내세우고 있는데 반해 신참그룹은 보호무역주의를 선호해야할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과 이해의 상위로 인해 지금까지의 전 회원국 만장일치제 방식으로 EEC를 운영해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그래서 강하게 제기되고있다.
말하자면 EEC내에 독·불·영·이·베넬룩스 3국을 묶는 선진 부자그룹과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의 후진빈국그룹으로 양분되는 사태를 예상할 수 있다.【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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