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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얇고 똑똑하게, 그래서 유니크하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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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호 8 면

부로바(Bulova)의 신제품 ‘커브(CURV)’

럭셔리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일까. 2016년 바젤월드는 지난해보다 다소 한산한 느낌이었다.


3월 17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시계 주얼리 박람회 ‘바젤월드’에 참여한 기자들은?100개국 44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2.3% 늘었다. 하지만 실제 구매력이 있는 바이어는 전년에 비해 3%가 줄어든 14만 5000명이었다. 주얼리관 곳곳의 팔리지 않은 부스는 화분을 놓거나 휴식공간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빈 공간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예년처럼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줄을 서거나 호텔로 돌아가는 트램에 올라타기 위해 치열한 전투는 벌일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시계관의 열기는 박람회가 열린 8일 동안 식을 줄 몰랐다.


브랜드들은 방문객들이 신제품을 구경하며 쇼윈도에 찍어놓은 얼룩덜룩한 손자국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워야만 했다. 하드 럭셔리의 메카 바젤월드를 중앙SUNDAY S매거진이 다녀왔다.

제이콥 앤 코의 애스트로노미아 스카이 워치 우주가 손목 위에 펼쳐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47㎜ 직경의 반구형 워치. 이중 축 무브먼트에 트윈 터보 투르빌리옹이 장착돼 하나는 시와 분을, 다른 하나는 초를 알리는데 사용된다. 다이얼의 로즈골드 링은 현재 북쪽 하늘에서 어떤 별을 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태그 호이어 몬자 크로노그래프 40주년 기념워치

올해 새로 출시된 롤렉스의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는 시계 수집가들이 기다려오던 바로 그 제품이다. 스틸 소재의 데이토나에 롤렉스가 자체 개발한 블랙 모노블록 세라크롬 베젤을 장착해 견고함과 세련미를 더했다. 또 롤렉스가 자체 개발한 오토매틱 와인딩 메카니컬 무브먼트 ‘칼리버 4130(영구회전자 퍼페츄얼 로터를 사용한 오토매틱 와인딩 메커니즘)’을 장착했다.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진동자에는 자체 개발 합금인 블루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을 사용해 자기장·온도변화·외부충격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40㎜ 오이스터 케이스 사이즈를 유지한 이 신제품에는 부식·긁힘·색상의 바램 등에 강한 모노블록 세라크롬 베젤을 삽입했다. 또 음각으로 새긴 숫자와 눈금에는 플래티넘 입자를 채워 또렷하게 보이게 했다.

불가리 두께 6.85㎜ 시계 50점 한정 생산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럭셔리 시계의 경쟁자 대열에 들지 않았던 불가리는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는 최고급 워치들을 매년 출시하며 최정상에 올랐다. 금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닛 리피터(두께 3.12㎜)를 탑재해 아이폰 6보다도 얇은 두께의 케이스(6.85㎜)를 자랑하는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를 소개했다. 티타늄 재질로 제작돼 가볍고 피부에 밀착하는 느낌이다. 50점 한정품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다이버 기념 시계를 찾는다면 오리스의 브론즈 케이스 칼 브레이셔 2000세트 한정판을 추천한다. 영화 ‘맨 오브 오너’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했던 미 해군 최초의 흑인 수석 전문 다이버 칼 브레이셔는 지중해의 수소폭탄 핵탄두 복구 임무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다리 아래가 절단되었으나 해군 복귀를 허락받았다. 1950년대 심해 잠수용 헬멧으로 사용하던 청동을 사용한 케이스는 시간이 지나면 색상이 진해지거나 심할 경우 녹청색을 띄게 되는데, 이는 시계 주인과 특별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케이스 뒷면에는 그가 사용한 잠수용 헬멧 부조와 함께 “얻어맞고 쓰러지는 것은 죄가 아니다.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죄다”라는 그의 명언도 새겨져 있다. 오리스 칼 브레이셔 한정판은 뚜껑 안쪽 면에 미 해군 수석 전문 다이버 배지가 부착된 고급스러운 목제 케이스에 담아 판매된다.


튜더의 헤리티지 블랙베이 다이버 워치 또한 브론즈 케이스를 사용했다. 금년 바젤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상품 중 하나였던 이 모델은 기존의 베스트셀러였던 블랙베이 모델의 새 버전이다. COSC인증(스위스 크로노미터 인증기관이 발행한 인증서)을 받은 자체개발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초콜릿 색상 다이얼에 3시, 6시, 9시 점 대신에 숫자를 사용하고 방패 모양의 로고로 바꿨다. 빈티지 스타일의 가죽 스트랩과 스포티한 나노 스트랩이 함께 판매된다.


태그 호이어 몬자 크로노그래프는 자사의 빈티지 시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브랜드 창립자의 증손자였던 잭 호이어가 1976년 페라리를 타고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을 따낸 니키 라우다를 축하하기 위해 제작한 크로노그래프 워치의 40주년을 기념한다. 올 블랙으로 제작된 쿠션형 케이스는 오리지널의 그것보다 디자인이 샤프해졌다. 티타늄으로 제작해 훨씬 가볍고 충격에도 강해졌다. 왼쪽에 있던 크라운은 오른쪽으로 옮겨졌으며 비대칭을 이루던 다이얼은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도록 변형됐다. 호이어 로고가 사용됐지만 전체적 디자인은 70년대의 것을 충실히 유지했다.


파텍 필립의 월드 타이머 크로노그래프 5930은 완전히 새 무브먼트가 장착된 월드타이머 워치다. 파텍 필립 박물관에 보관된 1940년대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시계는 시장에 출시된 시계 중 가장 작고(33㎜) 가장 얇은(3.01㎜) 월드타이머 크로노그래프다. 50시간 파워 리저브인 이 시계의 월드 타임을 맞추는 것은 간단하다. 왼쪽 상부의 버튼을 눌러 12시 방향에 24개의 도시 중 현재 위치(도시)를 설정하면 그에 맞는 시간으로 시침과 분침이 이동한다. 다른 나라의 시간은 두 줄로 된 도시이름 바로 안쪽에 위치한 24시간 링의 숫자와 눈금으로 알 수 있다.


위블로의 빅뱅 우니코 사파이어는 모스 경도 9의 사파이어 블록을 통째로 깎아 만든 케이스를 사용,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보여줬다. 500점 한정판으로 생산될 이 시계 케이스에서 사파이어가 아닌 부분은 티타늄과 사파이어 혼합의 크라운과 버튼, 티타늄 스크류, 그리고 스트랩 릴리즈 부분뿐이다. 다이얼 부분 또한 투명 레진으로 만들어 무브먼트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투명성을 잃지 않도록 스트랩도 투명한 것을 사용했다. 100m 방수되는 이 시계의 파워 리저브는 72시간.


NASA가 촬영한 사진처럼 선명하고 사실적인 달 표현이 인상적인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페이즈는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착용했던 스피드마스터 시계의 후작이다. 블루 다이얼 안에서 환히 빛나는 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자국이 선명히 보인다. 이 시계는 달의 움직임을 29.5일로 정해 한 달의 일수를 계산했다. 높은 정확도 덕분에 10년 동안 아무 조정이 필요 없을 정도다. 블루 다이얼·블루 세라믹 베젤·블루 가죽 스트랩이 고급스러운 럭셔리 시계의 이미지를 더했다. NASA의 공식 워치는 오메가였지만 아폴로 15호의 데이빗 스콧 선장이 착용해서 유명해진 부로바 또한 새 문워치를 선보였다. 부로바는 또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곡선형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장착한 CURV를 함께 출시했다.

디올 그랑발 온딘

불가리 세르펜티 워치그룹

에르메스 밀 플로르 듀 멕시크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겨냥한 스마트워치 2015년 최대 이슈였던 스마트워치는 안정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은 실용성이 높은 아웃도어용에 포커스를 맞춘 듯했다. 미국 시계브랜드 닉슨은 GPS기능이 내장된 100m 방수 스마트워치를 개발, 스마트워치 분야에 최강자로 등극했다. 윈드서퍼와 스노우보더 및 스키어를 주 타깃으로 잡고 기상상태를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카시오도 안드로이드웨어(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스마트워치, 혹은 웨어러블 기기에 맞게 제작한 운영체제)를 채용한 아웃도어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GPS기능과 나침반·고도·기압센서·일출과 일몰 시간·등산로 기록 등의 아웃도어 기능이 장착됐다. 이메일이나 전화 수신기능, 음성 검색 등이 기본으로 지원된다.


티쏘의 T 터치는 나침반·고도계·기상 예보 등 20가지 기능이 탑재된 100m방수 스마트워치다. 태양광 충전전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전지를 바꿀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는 하이주얼리 브랜드 드 그리소고노와 협업한 ‘삼성 기어S2’ 한정판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스위스 주얼리 하우스의 대담한 디자인에 가미했다. 주얼리 시계와 다를 바 없이 브랜드하우스의 노하우로 제작된 삼성 기어 S2 케이스의 베젤 부분은 로즈 골드로 제작해 화이트·블랙 다이아몬드를 세팅했고 드 그리소고노를 대표하는 갈루샤 블랙 가죽 스트랩으로 마감했다. 작년 바젤월드에서 발표한 대로, 태그 호이어도 구글·인텔과 손잡고 ?커넥티드?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미화 1500달러의 이 스마트폰은 출시하자마자 2만개가 팔려 6만개를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고, 내년에는 6~8개의 신제품도 나올 예정이다. 포실·마이클 코어스·게스 같은 브랜드들도 스마트 워치를 선보였다.


트렌드 키워드는 혁신·주얼리·블랙·빈티지 2016년 바젤월드에는 많은 브랜드가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오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더 얇아지거나 곡선적으로 구부리는 등 자체적으로 개발한 혁신적인 무브먼트를 삽입한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시계의 메커니즘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동 밸런스, 맞물린 기어의 움직임, 보석 베어링 등 기술력에 집중한 여성 워치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여성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역시 아름다운 외관의 디자인이다.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주얼리 워치, 패션 트렌드의 흐름에 맞춰 노랑·분홍·하늘색 등 눈에 띄는 화려한 색상으로 디자인된 워치, 상감조각과 에나멜 페인팅 등 세공인의 혼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제품들이 서로의 장인정신을 뽐냈다.


디올·에르메스·샤넬 같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도 자사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드러나는 스타일의 워치 컬렉션을 선보여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수백 시간 공들여 만든 유니크 피스 주얼리워치 제작도 줄을 이었다. 쇼파드·제이콥 앤 코·그라프·해리 윈스턴 같은 주얼리 회사들은 다이아몬드와 귀금속을 사용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주얼리 워치를 금년에도 출시해 기술력, 창작력과 함께 튼튼한 자본력을 뽐냈다.


스위스의 유명 워치브랜드들은 물론 무명의 회사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올 블랙 워치를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케이스나 베젤, 스트랩은 물론 다이얼 부분이나 시·분침조차 블랙컬러를 사용해 시크한 멋은 있지만,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몇 초간 주시해야만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인식력은 떨어진다. 위블로·몬데인·지라드 페르고·브라이틀링 같은 브랜드는 올 블랙에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불가리·알피나·레이몬드 웨일처럼 시·분침과 인덱스를 로즈골드 혹은 베이지색으로 은은하게 대비한 것도 있다.


오래 사용한 듯한 빈티지 스타일도 2016년 트렌드 중 하나다. 갈색이나 카키색의 통가죽 스트랩에 로즈골드·브론즈·진회색 등의 메탈 케이스를 매치해 연륜을 품고 있는 느낌을 연출했다. ●


바젤(스위스)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 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 사진 바젤월드·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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