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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정 사건」빠른 결말의 뜻|한-중 공식교섭채널 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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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어뢰정의 송환교섭이 비교적 쉽게 결말났다. 또 이사건으로 파생된 중공함정의우리 영해침범에 대한 사과문제도 동시에 해결됐다.
우리는 조난함정과 승무원을 조기 송환키로한 반면 중공은 외교관계는 없지만 우리측에 영해침범에 대한 공식사과문서를 전달했다. 송환과사과라는 복합사건이 단5일만에 해결된것은 한·중공관계가 비록 외교관계는 없지만 사실상 서로 가까와지고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양국은 이번 교섭에서 지난번 민항기교섭의 경험을 많이 참조한 것같다.
중공측이 전달한 사과각서가민항기때와 비슷한 형식읕 취한것을 보아도 양국의 교섭축적이 앞으로도 분쟁해결에큰 도움을 줄수있을 것으로보인다. 양국은 처음부터 사건을 빨리 해결하자는데 이해가 일치했다.
한국으로선 해상난동이라는복잡한 사정이 얽힌 타국의 군함처리문제에 얽혀 들어가봐야 국익에 도용이 되지않다는 판단을 했던것 갈다.다만 중공의 영해침범에 대한 합당한 사과와 장래에 대한보장만 받으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중공도 송환이 늦어질경우 승무원들의 이탈이 걱정되는건 물론, 국제적 체면만 손상된다는 판단에서 한국의 요구를 상당수준 만족시켜 줄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양국은 이사건을 법률적인 논리에 의해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인 타결을 시도했다.
이사건을 국제법적 차원만따져 해결하려 들면 복잡한 국면이 없는것도 아니다. 그것은 문제의 함정이 국제법상 배타적 주권이 인정되는 군함인데다가 당시 내부에서 난동사건이 발생돼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함정을 긴급피난의 경우로 보느냐, 반란이 발생한 함정으로 보느냐는 판단이 필요했다. 만일 난동에 의해 함정의 지휘권이 상실되는 반란까지갔다면 국제법상으로 이군함은 해적선의 일종이 되어 우리가 이를 나포, 범죄자로 처벌할수도 있게 되어있다. 더구나 이들의 난동원인이 망명등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는 조사과정에서 난동자가 정치적목적이 없었다는점을 밝힘으로써 이에대한 법률적 논쟁의 소지를 일찌감치 배제했다.
우리가 중공에 이 함정을 긴급피난으로 간주해 선체와 승무원전원을 송환하겠다는 간접 메시지를 보낸셈이 된다.
이번에 교섭창구는 양국기관이 함께있는 홍콩으로 지정되었다. 사건발생당시 신화사통신간부가 한국총영사관을찾아와 협조를 요청했고 우리도 구조상황을 이 창구를 통해 알림으로써 자동적으로교섭창구가 되었다. 공관장회의때문에 귀국했던 김정칙홍콩총영사도 급거 귀임해 대중공교섭에 임했다.
한국의 전원송환방침이 정해진만큼 양국의 교섭핵심은영해침범에대한 사과의 내용과 그 방식이었다.
우리로서는 좋은 형식의 좋은 내용을 담은 사과문이 되기를 희망했다. 반면 .중공은한·중공간에 외교관계가 없는점을 꺼려 내용은 어느정도 양보할수 있으나 형식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일반적으로 나라와 나라사이의 사과방식은 배상·진사사절파견· 사과성명발표· 사과공한발송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양국은 외교관계가없는만큼 이러한 정통적인항법을 사용할수 없었다. 따라서 편법으로 사용한 것이 이번의 사과각서다.
일반적으로 외교문서는 양국의 정부를· 대표한 외교관사이에 작성되는것이 통례다.우리로서는 이번 기회에 양국의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점에서도 서명상대가 외무성이기를 희망했다. 반면 중공은 각서의 공식적인 성격을줄이기위해 될수있는대로 외무성은 피하기를 희망했다.
그 타협안으로 신화사통신홍콩분사의 외교· 정보담당 부사장인 이저문과 한국의 홍콩총영사가 서명하는것으로 매듭지어졌다.대신 내용에 있어서는 비교적 완전한 사과를한 셈이다.
중공측은 영해침범에 대해▲사과(apology) ▲재발방지▲관련자조치등을 약속했다. 또 각서로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신화사통신 홍콩분사부사장이 『중화인민공화국외교부의 수권에 의하여 사과한다』 는 점을 명시해 외교문서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이번 교섭의 성과로는 중공민항기납치사건이후에는 특정문제에 대한 대화와 전달루트이외에 한·중공간에 공식교섭경로가 개설되지 않았던데 비해 이번엔 중공이 사건의초기단계부터 제3국 경로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홍콩의 한국총영사관과 접촉함으로써 앞으로 이경로가 계속한·중공간의 외교적 창구로 유효하게됐다는 점을 들수있다.
또 우리의 한· 중공관계개선희망에 비추어 이번교섭과정에서 양국이 협조자세를 보인건 신공민항기납치사건에 이어앞으로 양국관계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처리는 긴급피난·해난구조등 지리적으로인접한 연안국간에 수시로 일어날수있는 비정치적 문제를해결하는 좋은 선례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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