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석주 조흥은행장 "신한, 손해본 것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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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뜻을 다 이루지 못해 아쉽다."

1백6년 조흥은행 역사상 최초의 40대 행장이라는 파격적인 기록을 세우며 지난해 3월 취임했던 洪석주(50)조흥은행장은 9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洪행장은 최근 최영휘 신한금융지주 사장에게 "(조흥은행 인수는)돈 없는 명문가의 좋은 규수를 데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간의 지적과 달리 신한지주가 조흥은행 인수 과정에서 손해본 것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신한지주에 즉시 통합을 제의했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6년 입행한 洪행장은 "27년의 은행원 생활 중에서 지난해 10월이 가장 가슴에 사무친다"고 토로했다. 당시 洪행장은 조흥은행의 이미지 개선과 자본확충 등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시기였다.

그는 "조흥은행 카드사업 부문 인수에 나선 GE캐피털과 마지막 가격 협상이 예정돼 있었고 삼성생명과 지분투자 및 방카슈랑스 제휴 협상이 마무리 단계였는데 갑자기 정부의 일괄 매각이 이뤄졌다"며 "자본을 확충하고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달 정도의 시간만 더 있었으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친 洪행장은 "당분간 책을 읽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가에서는 "洪행장이 정부와 조흥은행 노조의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면서 합리적으로 은행을 관리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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