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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템플스테이처럼… 천주교엔 '소울 스테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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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내를 암으로 홀연히 떠나보낸 공무원 김모(59)씨는 주말이면 경북 칠곡군의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을 찾고 있다. 베네딕도 수도원이 지난해 6월부터 일반에 개방한 '소울스테이(Soul stay)'에 참가한다. 김씨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기도하고 독서한다. 때로는 수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달랜다.

지난해 7월 포항의 갈평 '피정의 집'에서 소울스테이에 참가한 직장인 A씨(45)는 "수녀님이 해주는 밥이 너무 맛있었다"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범 운영을 시작한 천주교의 소울스테이에 참가했던 일반인은 "다시 가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불교에 템플스테이(Temple stay)가 있다면 천주교에는 소울스테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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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 문화융성사업단(단장 원유술 신부)은 5일 경북도와 손잡고 이달부터 칠곡 한티 피정의 집 등 경북지역 천주교 시설 14곳을 활용해 명상·기도와 성직자 수련 등을 일반인도 체험하는 소울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대구대교구가 운영을 맡고 경북도는 운영비를 지원하고 홍보를 돕는다. 대교구 차원의 소울스테이는 대구가 전국 처음이다. 포항지역 신자회장인 이상구 경북도의원이 "천주교는 언제까지 문을 꽁꽁 닫을 거냐"며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시설을 개방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영혼이란 뜻을 담은 소울스테이는 명상과 휴식을 통해 자아를 찾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템플스테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활용할 수 있는 시설 유형은 사찰과 달리 다양하다.

수도원, 피정의 집, 성당, 사회복지시설 등 네 가지다. 이들 시설은 그동안 천주교 성직자·수도자·신자들만 이용하던 공간이다. 수도원에서는 수도 생활을 간접 체험하고 문학치유 등 특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왜관 수도원은 구상 시인의 딸인 구자명 작가와 그의 남편인 김의규 서양화가가 자전적 글쓰기를 돕는다.

피정의 집은 대부분 수녀들이 운영하는 외딴 곳에 떨어진 휴양·기도 시설이다. 피정은 '피세정념(避世靜念, 세상을 피해 고요히 기도한다)'에서 나온 말이다. 휴식하면서 수녀들과 인생사를 상담할 수 있다.

성당은 울릉도 도동·천부 두 곳만 개방한다. 바다를 보며 둘레길을 걷는다. 운영을 시작하자 마자 신청이 끝날 만큼 인기였다. 사회복지시설은 장애인과 어울리며 봉사하고 인권을 생각하는 곳이다. 템플스테이에는 없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비용은 대부분 3만원 정도면 하루 숙식이 제공된다.

지난해 시범 기간에는 칠곡 한티 피정의 집에 5600여 명 등 11개 시설에 모두 1만5000여 명이 찾았다. 올해는 안동교구도 참여한다.

원유술(61) 신부는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며 "영적 빈곤, 영적 갈망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차별없이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울스테이(www.soulstay.or.kr)가 대구대교구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소망했다.

전화식 경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소울스테이를 유럽의 수도원 여행과 견줄 만한 특화된 경북형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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