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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눈물의 정화, 쇼팽 '빗방울 전주곡'

중앙일보

입력

조르주 상드와 사랑에 빠졌을 때, 프레데릭 쇼팽의 몸은 좋지 않았습니다. 폐결핵이 악화되고 있었죠. 두 사람은 마요르카 섬으로 요양을 떠납니다. 상드의 두 아들도 함께였습니다.

하루는 상드가 아들 모리스와 함께 외출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불어난 급류로 길도 막혔습니다. 상드와 아들은 덜 패인 길을 찾아 평소보다 몇 시간 늦게 집에 도착했습니다. 장대 같은 비가 지붕을 때리는 소리만이 요란했습니다.

상드의 눈에는 슬픈 표정으로 피아노에 앉아있는 쇼팽이 들어왔습니다. 그의 연주는 흡사 빗방울 소리를 같았습니다. 쇼팽의 눈가에도 빗방울이 비쳤습니다.
“심한 비에 당신과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걱정하고 있었소.”

빗방울은 쇼팽의 가슴 속에서 눈물로 변했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후대의 사람들이 쇼팽 전주곡 Op.28 중 15번 D플랫장조를 ‘빗방울 전주곡’이라 이름붙였습니다.

번민을 씻어주는 눈물같은 봄비를 기다립니다. 미세먼지 없이 화창한 봄날을 숨쉬고 싶습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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