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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남성피임약「고시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해 12월10일부터 8일간 중공 난징(남경)에서 세계보건기구 주관으로 남성수태조절법 학술대회가 있어 필자는 여기에 참석하였다. 주제는 남성용 피임약인 면실유(면실유 또는 면유)에서 추출한 고시폴(gossypol)과 정관절제술에 관한 것이었다. 중공은 세계에서 가장 가족계획이 잘 되어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며 인구자연증가율은 1·46%(1981년)가 된다.
고실폴의 내력은 30여년 전 중공의 한 부락에서 출산을 전혀 못한 일로부터 시작된다.
이상히 여긴 과학자들이 이 부락민의 식생활과 성생활 조건을 조사하던 중 이들 부락민은 면유를 항시, 그리고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특이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래서 면유를 분석했더니 그 속에는 정자형성기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음을 알아냈다. 이것이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른바 중공과학자들에 의해서 발견되고, 개발되었다는 고실폴이라는 남성용 피임약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와 미국록펠러연구재단 같은 유명 생식문제 연구기관에서 고시폴에 관해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실용화되리라고 들 장담하고 있을 정도다.
고시폴은 무궁화과에 속하는 고시품종인 목화의 씨·뿌리·줄기에서 추출한 포리페롤 화합물로 1950년에 벌써 기록된바 있고 1960년대에는 중공의 여러 지역에서 정제되지 않은 면유를 복용케 했더니 불임증이 유발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1970년에 와서는 동물실험을 통해 그 작용이 가역성임을 알아내는 동시 격심한 독작용이 없음도 밝혀냈다.
중공에서는 고시폴이 거의 실용화단계에까지 와있다. 사용법은 정제된 고시폴을 1일 20∼30mg 복용케 한다. 복용후 3∼4개월이 되면 무정자증 내지 심한 감정자증에 빠져 피임이 되는 것이다. 중공에서 실시한 8천8백여명에 대한 임상연구결과를 보면 고시폴의 부작용으로는 피로(12%), 위장장애(7%), 식욕감퇴(5%), 현기증(4%), 구내건조(3%) 기타 졸음, 부종, 발한, 피부발적, 정력감퇴 및 포타슘 결핍증상이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포타슘 결핍과 정자형성작용의 불가역성 등이다.
첫째 발생빈도가 1%로 낮기는 하나 저포타슘 혈성마비는 중요하다. 이 부작용은 신세뇨관부전을 의미하며 또 근육마비로 보행이나 활동에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이상적 피임법은 가역성이 있어야만 하는데 고시폴을 장기간 복용하다가 임신을 하기 위해 투약을 중지 했을 때 30%의 환자에서는 정자형성작용이 회복되지 못한다.
고시폴은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정자형성억제제로 등장했으나 이것이 남성용 피임제로 지금보다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임상실험으로 그 안전성을 재평가 받아야 한다.<이희영(서울대·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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