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의 비만 맞춤 처방] 3. 관절염 때문에 운동 못하는 노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노인 비만의 가장 큰 문제는 비만과 관절염이 악순환의 고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뚱뚱해지면 관절염이 악화하고, 무릎이 아프면 운동을 하지 못해 더욱 비만해지는 것이다.

◆ 진단:폐경 이후 매년 2~3㎏씩 몸무게가 늘기 시작한 박모(68)씨. 현재 키 151㎝, 체중 71㎏으로 BMI(체질량지수=체중(㎏)/신장(㎡))는 비만 경계치를 크게 웃도는 31.1(정상 25 이하)이나 됐다. 허리둘레도 95㎝로 복부비만이 심했고, 체지방률은 38%였다.

그는 양측 퇴행성 관절염으로 평지 걷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담당 의사는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관절염이 더 나빠진다고 감량을 권고했다. 하지만 많이 먹지 않는데도 운동량이 적어 체중은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식사량은 많지 않아 한식으로 보통 사람의 절반 정도를 든다. 문제는 떡.과자.과일 등 간식을 많이 하는 것이다. 세 끼 식사의 하루 열량은 1000㎉에 불과했지만 군것질 열량이 800㎉나 됐다. 영양 분석을 해보니 탄수화물 섭취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다. 반면 단백질.철분.칼슘 등 필수 영양소는 크게 부족해 영양 결핍 소견을 보였다. 게다가 신체 활동이 거의 없어 다리 근육이 매우 약화된 상태였다.

혈압은 156/98㎜Hg로 고혈압. 혈액검사에서 지방간과 고중성지방혈증(혈액 중 중성지방이 많아 동맥경화의 위험이 높은 상태)이었다. 골밀도 검사에선 골다공증, 혈액 검사에선 빈혈이 확인됐다. 고탄수화물.저단백질 식사와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줄었고, 이런 상태가 퇴행성 관절염과 비만을 악화시키고 있는 주요 원인이었다.

◆ 결과:효과는 매우 좋아 3개월 후 체중이 65㎏으로 줄었다. 덩달아 무릎 통증도 좋아져 현재 약을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다리 근육이 강화돼 하루 1시간 정도는 평지 걷기가 가능해졌다.

인제대백병원 비만체형교정센터 소장

◆ 처방 : 이 환자는 신체활동량이 적어 하루 소비 열량이 1500㎉에 불과했다. 따라서 하루 섭취 열량을 1100㎉로 제한하고, 간식은 과일을 조금 먹는 것 외엔 금지했다. 밥을 비롯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콩·살코기·생선 등 단백질과 철분 섭취를 늘리도록 했다. 또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과 칼슘 정제를 들도록 처방했다.

운동은 관절염을 고려해 물속 걷기를 하루 1시간씩 하도록 권했다. 집에서는 틈나는 대로 고정식 자전거를 타도록 해서 체지방 연소와 다리 근력 강화의 두 목적을 달성토록 했다. 물속 걷기와 고정식 자전거는 체중이 실리지 않는 운동이므로 관절 부담 없이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울러 마을회관에서 배운 맨손체조를 아침·저녁으로 해서 몸의 유연성과 근력을 키우도록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