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의혹 특전사 850명 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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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이 군 복무 중 장해가 생겼다며 가짜 진단서를 꾸며 보험금을 타낸 육군 특수전사령부 전·현직 부대원 800여 명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 전·현직 부사관 105명 불구속
브로커 통해 보장성 보험 가입 후
최대 1억6000만원 보험금 타내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1일 군 복무 중 영구적인 장해를 입은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김모(27)씨 등 전·현직 특전사 부사관 10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중 현역은 10여 명, 나머지는 전역자다. 또 이들에게 보험 사기를 알선한 혐의(사기·사문서 위조)로 특전사 부대원 출신인 황모(27)씨 등 보험 브로커 2명과 최모(27)씨 등 병원 브로커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특전사 부사관 김씨 등 105명에게 장해진단비를 받을 수 있는 보장성 장해보험 등에 가입하게 했다.

이어 전역한 김씨 등이 특정 병·의원에서 거짓 장해진단서를 발급받게 주선해 줬다. 이 진단서를 갖고 김씨 등은 보험사로부터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6000만원까지 보험금을 타냈다.

이들은 병원에서 “팔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발이 굽혀지지 않는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며 영구적 장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진료기록부에 다친 날짜를 보험 가입 이후로 조작하거나 사적인 일로 다치고도 공무 수행 중 다쳤다고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 앞에서 장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연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도 공모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특전사 보험사기’ 수사는 대대적인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부산청에서 입건된 105명을 포함해 총 852명의 전·현직 특전사 부대원을 상대로 가짜 장해진단서를 갖고 보험금을 타냈는지를 확인 중”이라며 "일부 브로커로부터 자백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영구적인 장해를 입었다는 명목으로 보험금을 타낸 이들이 852명이라는 의미”라며 “이들 중 진짜 다쳐서 보험금을 받은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불법적인 정황이 있는 이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보험 브로커와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 간에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 등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박민제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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