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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면세점 정책, 차라리 전면 개방이 낫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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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면세점 제도가 2년 만에 도돌이표가 됐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2년 전 5년으로 줄였던 특허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연장하고 갱신도 허용하기로 했다. 논란이 컸던 신규 특허 여부 결정은 4월 말로 늦췄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이 기존 사업자의 재진입만은 절대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갈팡질팡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른바 ‘홍종학법’으로 불리는 5년 시한부 면세점 특허 제도는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용 불안을 불렀으며 투자 위축까지 폐해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산업계에서는 현 정부의 최대 실패 정책이란 얘기마저 나왔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비난행렬에 가세했겠나.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보완책을 내놓은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보완책이 여전히 미봉책에 그치고 있어 문제다. 면세점은 더 이상 내수 산업이 아니다. 외국인을 겨냥한 수출 산업이다.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국은 19곳에 입국 면세점을 새로 짓고 있다. 일본도 사후면세점환급제도를 크게 늘려 나가고 있다. 면세점의 성패가 글로벌 경쟁에서 갈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특허 기간이나 업체 수 제한 같은 ‘우물안 경쟁’에만 머물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번 면세점 파동은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 줬다. 정치권과 정부가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규제의 잣대만 들이댄 결과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면세 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렸다.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사회적 비용도 크게 치렀다. 역설적으로 국회의원 한 사람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게 됐다. 산업계의 비명에는 귀를 틀어막은 채 국회 권력에 기대 자기 규제 파워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정부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치권과 정부는 대오각성해야 한다. 규제를 과감히 풀고 면세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근본적 대책을 내놓는 것이 속죄의 시작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