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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회담 전환' 명문화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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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중 양국의 8일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문서로 남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과 미국을 견제하는 국제정치에서의 위상으로 볼 때 북핵 문제 해결이 한단계 진전하는 고비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논란의 대상이었던 베이징 3자회담의 다자회담으로의 진전 여부에 대해서는 "3자회담의 모멘텀(전기)이 지속돼 나가고 정세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정도로 정리됐다.

반기문(潘基文)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중국은 이미 베이징 회담으로 다자회담의 물꼬를 튼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국 측은 이와 함께 "북한의 안보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첨가함으로써 체제보장과 북.미 양자대화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 심혈을 기울여 온 북측에 배려를 한 것으로 해석됐다.

가장 진통을 겪었던 대목은 대만 문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윤영관 외교장관과의 성명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998년 11월 방중했을 때 합의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한다'는 '하나의 중국'표현보다 더 강력한 "대만 문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내정(內政)"이라는 표현을 수용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98년 한.중 공동성명에선 "중국은 세계에 하나의 중국만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임을 재천명했으며 한국 측은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표시하고 지금까지 실행해 온 하나의 중국 입장을 견지한다"고 합의했었다.

반면 우리 측은 "그렇다면 대만과의 무역도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라며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내정'이라는 단어가 빠진 채 '중국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이라는 완화된 표현의 98년 수준을 유지했다.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또 한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계속 허용하지 말아줄 것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동성명은 당초 중국 측이 한단계 낮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희망했으나 우리 측의 요구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공동성명을 내더라도 정상회담 직후가 아니라 총리 등 실무자들을 외국 정상이 만나 경제.사회분야를 협의한 뒤 하루 뒤나 귀국 전에 발표하는 독특한 관행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공동성명이 8일 盧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 주최 만찬 직후 나온 이유다. 정상기 아태국장은 "당초 盧대통령이 떠나는 날 성명을 예정했으나 한국 측의 언론상황을 감안해 조금 빨리 발표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양측은 한글 발표문과 한문 발표문을 비교하면서 자구 하나하나까지 따지는 바람에 당초 발표가 예정됐던 10시30분을 1시간이상 넘기는 진통을 거듭했다. 청와대 이해성(李海成)홍보수석은 "토씨 하나까지 따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훈 기자

[한중공동성명 주요 내용]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 합의

▶한반도의 비핵화 지위 확보 및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합의

▶베이징 3자회담의 모멘텀(전기) 지속 합의

▶한국 측은 북핵문제의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 방식의 완전한 해결을 강조. 중국 측은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를 주장

▶중국 측은 세계의 하나뿐인 중국 재천명.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이해와 존중 표시

▶양국 지도자의 상호 방문 등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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