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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47억 중 20억은 영수증도 없네…세금 빼먹은 19대 국회 ‘연구 동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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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장보고글로벌포럼, 한·중 정치경제포럼, 한국적 제3의 길, 청년플랜 2.0…’.

의원 입법연구 취지 75개 결성
보고서 평균 1.3건 … 7곳은 0건
어디에 돈 썼는지 알 수 없어

19대 국회에서 활동한 국회의원 연구단체 이름이다.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동아리다. 국회의원 연구단체는 서로 다른 정당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 입법·정책을 연구한다는 취지로 1994년 14대 국회 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22개에서 현재는 75개로 늘었다. 당파를 넘어 관심 분야가 같은 국회의원들이 모여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나라 예산으로 지원을 하는 이유다. 그런데 19대 국회의원 연구단체는 세금 몫을 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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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국회사무처에 요청한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2012~2015년 75개 단체에 지원된 예산은 47억8700만원이다. 지난 4년간 각 연구단체가 제출한 정책연구 보고서는 388건. 단체당 5.2건, 연평균 1.3건이다. 4년간 연구보고서를 한 번도 제출하지 않은 곳은 7곳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 의원이 대표로 있는 혁신도시 국회위원 모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한국 헌법연구회 등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오제세 더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인 서민금융활성화 및 소상공인 지원포럼 역시 제출한 연구보고서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 7개 단체에 4년간 1억2000만원이 지원됐다. 국회 의정연수원 측은 “연구단체가 주관하거나 후원한 공청회나 세미나·간담회 등에 지출된 예산”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쟁이 특히 심했던 지난해에는 28개 단체가 단 한 건의 보고서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단체는 6곳뿐이었다.

보고서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제출된 연구보고서 388건 중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은 62건이다. 의정연수원 측은 “연구보고서는 매년 선정되는 우수 연구단체 것만 공개한다”고 밝혔다.

비공개 보고서를 보려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한다. 우수 연구단체 선정 방식도 문제다. 통일·정치·경제 등 7개 분야 단체를 골고루 선정하다 보니 매년 15~16개 단체가 돌려가며 상을 받는다. 상금은 각각 500만원이다. 이런 식으로 10곳 중 4곳이 우수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원들은 이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다. 국회부의장과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지원심의위원회가 지원금을 결정하는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을 어디다 썼는지 역시 투명하지 못하다. 지원 예산은 운영비·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로 나뉜다. 4년간 운영비로 25억1400만원이 지급됐다. 문제는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거나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다. 19대 국회 회기 동안 75개 단체가 쓴 특수활동비는 전체 지원금의 40%인 20억원이다. 국회사무처 의정지원센터 관계자는 “현금성 경비 등을 포함해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좋은 법을 만들라고 지원하는 연구단체 지원금이 국회의원 용돈 벌이가 돼서는 곤란하다. 특수활동비 명목을 없애고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평가 방식도 손을 봐야 한다. 현재는 부실한 보고서나 공청회를 연다는 포스터만 국회사무처에 제출해도 연구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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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경제부문 기자

국회의원 연구단체 평가위원인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도 있지만 특정 교수에게 용역을 줘서 보고서 만들고 이를 연구단체 이름으로 제출하는 곳도 있다”며 “잘하는 곳은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하고 활성화하고 유명무실한 곳은 퇴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윤 경제부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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