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에 때 이른 "선거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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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술계에도 선거바람이 불고 있다. 미협 이사장은 아직 임기가 10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차기이사장(14대) 선거에 나설 정영렬씨(50·중앙대 예술대학장)·하종현씨(50·홍익대미술대학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미 참모진을 구성, 선거채비에 들어갔다.
지지자들은 이들이 미협 이사장 재목이고, 라이벌관계라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부추기고 있다.
하종현·정영렬씨는 동갑이고 홍익대미술대학 서양화과 동기동창 (9회 졸업·59년).
박서보씨등과 함께 현대미술운동을 벌이던 좌우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그만 지난번 미협이사장 선거에서 입장을 달리하는 바람에 소원해진 것.
이들의 선거이슈는 지방회원의 권익옹호-.
현 회원은 서울이 1천9백80명, 지방이 1천8백91명으로 비슷한 숫자다. 그런데 현재의 정관으로는 지방회원은 투표권이 없다. 다만 지부간(전국44개지부) 1명만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모순을 없애는 길은 정관개정뿐.
정관을 개정해서 회원수에 비례하는 대의원제로 하든지, 지방회원까지 투표권을 갖는 직선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미술계의 당면 과제다.
정씨는 광주, 하씨는 진주출신이어서 지방회원의 권익옹호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 같은 선거제도 개정은 미협의 오랜 숙제여서 선거전이든 후에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두 후보 모두 선 개정, 후 선거를 고집할 경우 선거전은 사뭇 앞당겨질 것이다.
아직 서울대출신으로 미협 이사장 선거에 나설 후보가 없고, 현 정관모이사장은 단임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있어 하-정씨의 한판싸움은 볼만할 것 같다.
한편 화랑협회도 2월16일 하오2시 서울 신사동에 있는 예화랑 2층에서 총회를 열고 5대 회장을 뽑는다.
지금까지 남성회원들이 회장자리를 맡아왔는데 이번에는 여성회원을 회장으로 낼 움직임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회장후보는 박명자씨(현대화랑대표)·김창관씨(선화람대표).
일부에선 현 김태성 회장의 중임을 권하고 있지만 김 회장이 고사, 당일 투표로 판가름 날 것 같다.
회원(서울20, 부산3, 대구4)들은 누구를 뽑든 의견을 모아 무기명 투표로 한 사람을 밀어주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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