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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낚아 눕히는 교과서'…페미니스트 “강간 조장”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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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쉬 V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자칭 픽업아티스트 다리우시 발리자데 [유튜브 캡처]

카사노바는 저물었다. 20세기 이후 픽업 아티스트(여성과의 성관계를 위해 유혹하는 일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여기는 사람)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최소한의 매너를 중시하던 카사노바의 설 자리는 사라졌다. 카사노바도 직업이 ‘여자 유혹’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픽업 아티스트라는 용어가 보편화 되며 이들에 대한 반감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온라인 상점 아마존에서 픽업 아티스트를 둘러싼 별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란이 된 책은 루쉬 V(본명 다리우시 발리자데)의 『뱅: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픽업북』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여성을 낚아 눕히는 교과서: textbook for picking up girls and getting laid’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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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쉬 V가 출간한 여러 서적들. 가장 왼쪽이 이번에 출간한 책 『뱅』. [아마존 캡처]

비평가들은 이 책이 강간을 묵인하고 성폭력을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책에는 술에 취한 여성과 잠자리를 갖는 법을 비롯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서평자들은 아마존의 책 판매 페이지에 책을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며 부정적인 댓글 공격을 퍼붓고 있다. 한 서평자는 별점 1개를 주며 “공격적이고 불편하다. 읽을만한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한 서평자는 “아마존에서 책을 빼달라. 그는 범죄자이고 역겨운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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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옹호 단체에서 만든 루쉬 V에 대한 포스터.

이에 대해 루쉬 V는 자신이 강간·납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남자다운 남성이 돌아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반대 급부로 별점 5개를 주는 이들도 늘었다. 현재 아마존에서 1000여명의 독자들이 별점을 매긴 가운데 만점인 5개 별이 50%, 1개 별이 36%로 극단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다리우시 발리자데는 미국 출신의 픽업 아티스트로 자신의 저서를 통해 자신을 신남성주의자(Neomaculinist)라 부르며 “성폭행을 합법화해서 여성들이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리턴 오브 킹스’라는 모임을 조직한 그들은 지난달 6일 국제 오프라인 모임을 계획하는 등 과격한 주장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서울 종각역도 오프라인 모임이 계획되었지만, 비난이 이어지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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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쉬V가 조직한 단체 '리턴 오브 킹스'의 로고.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자신을 픽업아티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우려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자신을 픽업 아티스트라 주장하는 차모(22)씨가 처음 만난 여고생을 강간해 입건되기도 했고, 2013년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의 범인도 자신을 픽업 아티스트라고 지칭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 강좌를 개설해 여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며 자신의 체험담이나 몰카를 유포하는 등 범죄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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