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사극·만화·광고에서 읽어낸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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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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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
김기봉 지음, 서해문집
352쪽, 1만8000원

역사 문제는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심각한 갈등과 분열의 진원지인데 알고 보면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의 역사학자들도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놓고 갈등과 고민을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로 상징되는 20세기 근대 사회에서 역사의 키워드는 과학과 진보였다. 역사는 과학의 한 분과 학문으로 인식되었고, 사건과 사실을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예측가능한 진보를 이뤄내는 일을 목표로 하곤 했다. 그런데 산업이 고도로 발전하고 민주화가 진전되지만 세계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인간과 사회의 행복지수도 기대만큼 높아만 가는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근대적 사유를 넘어 보려는 이른바 탈근대적 사유가 20세기 중후반부터 시작됐다. 신간은 그같은 탈근대 역사의 새로운 흐름을 한국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엄숙한 정답을 찾기보다는 접근하기 편안한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제시한다. 소비자인 대중이 생각하는 역사로까지 시각을 확대한다. 대중이 향유하는 사극이나 다큐멘터리·만화·게임·광고 등에 나오는 콘텐트도 역사 담론의 무대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경기대 교수인 저자는 ‘한국사로서 세계사’를 제안했다. 우리의 관점과 문제의식으로 한국사·동양사·서양사의 경계를 넘어서 ‘글로벌 한국사’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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