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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특집] 야당의 양립을 바라보는 호남 표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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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과 전북 간 미묘한 ‘온도차’ 나타나 막판까지도 안갯속 승부… 정권교체 위한 비전을 누가 어떻게 보이느냐가 승패의 변수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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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제20대 국회의원총선거 36일을 앞둔 3월 8일 시민들이 광주 서구 서구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외벽에 설치된 ‘총선 홍보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광주·전남·전북의 선거전(戰)은 이전의 주요 선거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과거와 달리 4·13 총선에서는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린 채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싸웠던 17대 총선도 이 정도로 치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번에는 진짜 후보 보고 찍을라요”

광주지역 현역의원 8명 중 6명, 전남은 11명 중 4명이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이적한 반면, 전북은 11명 가운데 8명이 ‘더민주 잔류’를 선택했다. 이를 곧 전북정치의 ‘독자 노선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전북의 최남단인 정읍(유성엽 의원)과 최북단인 군산(김관영 의원)·익산(전정희 의원)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만 더민주를 나와 국민의당에 몸을 실었다.

현역의원의 탈당을 민심의 바로미터로 본다면 호남은 광주·전남과 전북으로 나뉠 처지에 놓였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광주·전남에서는 국민의당, 전북에서는 더민주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전 막판에 광주·전남과 전북이 보폭을 같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북을 대표할 만한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한 뒤 바람몰이에 나선 데다 광주·전남·전북을 불문하고 호남정서의 기저에 ‘반문(반 문재인)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애증의 대상이다. 2012년 대선에서 90% 안팎의 몰표를 줬지만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5%대에 그쳤을 정도로 매몰차게 변했다. 역대 야당대표 중 호남에서 이런 푸대접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팽창한 것은 지난해 4·30 재·보선 이후다. 전국적으로 최소한 2석 이상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선거에서 야당이 0대 4로 완패하자 호남을 중심으로 ‘문재인 퇴진론’이 거세졌다. 특히 광주 서구을에서는 조영택 더민주 후보가 천정배 무소속 후보에게 거의 더블스코어 차로 패했다. 호남에서 더민주 후보의 득표율이 30% 이하(29.8%)에 그친 것은 조 후보가 처음이었다.

문 전 대표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되레 ‘불에 기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혁신위의 활동이 호남의원들을 겨냥한 것처럼 비치면서 광주·전남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3월 안 의원의 탈당 후 당이 붕괴 직전에 이르자 문 전 대표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에게 당을 맡기고 자신은 2선으로 후퇴했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바닥민심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전남일보>와 리서치미디어스가 한백리서치에 의뢰해 3월 5일부터 7일까지 광주 북구을, 서구갑, 서구을 3개 선거구의 만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민의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모두 50%를 넘어섰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은 5.9%)

이에 앞선 2월 5일 <광주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의 광주지역 정당 지지율에서도 국민의당 41.4%, 더민주 29.7%로 국민의당이 앞섰다. 같은 달 17일의 <무등일보> 여론조사의 경우에서는 국민의당 40.6%, 더민주 37.3% 지지율이 나왔다.

광주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41.4%(2월 5일)→40.6%(2월 17일)로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전남일보> 여론조사에서 50%대로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더민주 역시 29.7%(2월 5일)→ 37.3%(2월 17일)로 상승한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 북구을이 38.4%를 기록,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여론조사와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김남수 한백리서치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지지도가 유독 광주·전남에서 높은 이유는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대한 선호도보다는 더민주에 대한 반감여론 때문일 것”이라며 “광주·전남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민의당 지지율의 하락, 특히 수도권에서의 하락을 주목해야 한다. 투표일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새누리당 견제심리가 발동할 경우 표심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대로라면 광주에선 국민의당 압승 점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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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선 직후인 지난해 5월 4일 일부 야당 지지자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광주 방문을 항의하고 있다. 문 대표는 귀빈실을 통해 광주공항을 빠져 나와야 했다. / 사진·중앙포토

현재의 지지율로 보면 국민의당이 광주에서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광주의 경우 8개 선거구 가운데 6개 선거구에서 국민의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다. 접전 또는 더민주가 앞서는 곳은 북구을과 광산을 2곳이다.

북구을은 최경환 국민의당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더민주의 이형석 후보와 이남재 후보의 뒷심이 만만치 않은 데다, 이형석·이남재 후보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만큼 접전이 예상된다. 광산을은 이곳에서 재선(18, 19대)에 성공했던 이용섭 더민주 후보의 기세가 강하다 보니 국민의당에서도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

크게 보면 광주와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이 강세이긴 하지만 한 꺼풀 벗기고 속을 들여다보면 전남은 또 다른 면이 있다. 후보들은 나름대로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광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양당 모두 광주에 비해 물갈이 작업이나 전략공천을 활발히 진행하지는 않았다. 광주와는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다.

광주와 달리 전남은 ‘소(小)지역주의’가 있는 중소도시와 농촌 선거구가 많다. 그만큼 판세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해남·완도·진도 선거구를 예로 든다면 후보가 해남 출신이냐, 완도 또는 진도 출신이냐에 따라 표심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중앙당에서 후보를 공천할 때 이런 부분들까지도 염두에 둔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경계의 대상’으로, 더민주에서는 ‘기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묻지마 투표’다. 농촌지역 등에서는 막판에 ‘묻지마 2번 표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모 후보 진영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호남, 특히 전남·북에서는 선거 당일이 되면 ‘묻지마 2번 심리’가 작용한다. 각종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이 표가 전체 유효표의 10~15%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당이 더민주에 10~15%p 앞선다 해도 실제 투표 결과는 박빙일 가능성이 크다.” 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광주에서는 국민의당이 크게 앞설 수도 있겠지만 전남과 전북에서는 양당이 ‘무승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야권의 심장부이자 표심의 척도로 불리는 광주의 분위기에 따라 전남과 전북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광주 표심을 잡는다는 것은 야당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광주에서 사력을 다하는 것”이라며 “반면 전남과 전북의 경우는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선거 직전 기류변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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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4주기 추모행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뒤돌아서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새전북신문>의 의뢰로 3월 8일 전북지역 성인 133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5%가 더민주, 32.5%가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이어 새누리당 12.8%, 정의당 2.8%, 기타 정당 3.9%, 무당층 10.4% 순이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7%p, 응답률은 5.1%)

더민주는 20대, 30대, 40대에서 우위를 보였고, 지역별로는 전주, 군산, 익산, 남원·임실·순창, 완주·진안·무주·장수에서 앞섰다. 반면, 국민의당은 50대와 60대에서 더민주를 앞섰으며 정읍·고창에서 강세를 보였다.

각 정당이 주장하는 야당 심판론, 경제 실정 심판론, 기득권 심판론 가운데 어떤 주장에 가장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더민주의 ‘경제 실정 심판론’(36.7%) 국민의당의 ‘기득권 심판론’(29.4%), 새누리당의 ‘야당 심판론’(12.6%)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광주에서는 국민의당이 앞서고, 전남은 광주의 영향권 내에 있고 전북은 오차범위 내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이 같은 양상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없다.

오승용 전남대 교수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호남민들의 선택기준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라며 “더민주나 국민의당 모두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비전을 내보이느냐가 막판 선거를 흔드는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노병하 전남일보 기자 ice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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