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밀대백」 작전으로 활로열어|일 「모리나가」는 범인과 어떻게 싸우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해 11월1일. 모리나가제과에 제2의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이날 하오 3시 동경 다마찌(전정)역앞 모리나가 본사7층 제2응접실에 「마쓰자끼」(송기소웅)사장이하 6명의 대책위원이 모였다. 제2응접실은 「괴인21면상」의 협박이 시작된 이래 대책본부가 되고있다. 침통한분위기.
『범인은 뒷거래에 응한다는 사인광고를 내라는데 어떻게 응해야 할 것인가』
『경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인만 잡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3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기업의 판단이 그런 식으로 처리될수 있겠는가.』
회의는 4시간을 끌었으나 결론이 나지 않는다. 기업의 입장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경찰에 대한 불신과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마쓰자끼」사장이 결단을 내린다.
『어디까지고 경찰을 신뢰하고 협력하자.』
협박을 당하고 있는 기업체들의 공통된 번민, 그것은 안이한 타협의 길을 택하느냐, 아니면 범인과 끝까지 싸우느냐는 선택이다. 물론 경찰이 범인을 잡아준다면 문제는 없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은 스스로 사활을 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9월12일 첫 협박장이 날아들었을 때부터 모리나가는 이미 싸우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 모리나가와 범인의 싸움을 일본 매스컴들은 에인젤스(천사·모리나가의 상표)와 「괴인21면상」의 싸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싸움은 글자그대로 형극의 길이었다. 10월12일에는 50%감산, 11월1일에는 공장의 90%가 조업을 중단했다. 존망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11월1일의 결정은 그런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처음 범인의 협박을 받은 모리나가측은 우선 사고방지를 위한 예방조치에 전력을 기울였다. 공장직원을 외근으로 돌려 판매점에 놓인 자사제품에 청산소다가 든 물건이 없는가를 체크했다. 8백명이 공장에서 판매부로 옮겨졌고 사원가족들도 동원됐다.
동시에 포장이 찢긴 제품에는 독극물이 들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소비자들과 판매점에도 주의를 환기했다.
그러나 10월7일이후 실제로 청산소다가 든 제품이 잇달아 발견되자 모리나가 제품을 철거하는 유통업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범인들은 슈퍼마킷 등 유통업체에도 협박장을 보내 모리나가제품을 취급하면 그 점포의 다른 식품에도 독을 넣겠다고 협박했다.
10월중에 고도옥·송옥·송판옥 등 백화점과 대환 등 슈퍼체인이 모리나가제품을 철거했고 다른 업체들도 이를 따랐다. 90%감산이 불가피해졌다. 회사창설이래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모리나가측이 마련한 제3의 탈출구가 「1천엔백」이다. 1천엔어치 제품이든 밀봉백을 만들어 회사가 직판하는 것. 유통경로까지 회사가 직접 관장하므로 범인이 독극물을 넣을 찬스가 있을 수가 없다.
10월15일 15개 직매점으로 시작한 1천엔백이 소비자들의 성원과 당국의 지원까지 받아 판매개시 2개월간 2백50만개를 판매했다. 생산라인도 45%가 가동을 재개했다.
모리나가에 앞서 곤욕을 치른 그리꼬식품도 50억엔을 투입, 슈링그포장기를 설치했다. 슈링그포장이란 플래스틱필름을 압축, 가열시켜 제품을 밀봉하는 것으로 일단 뜯으면 재포장이 불가능하다.
이런 조치 등으로 범인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는 할수 없다. 범인이 잡힐 때까지 기업내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봐야한다. 【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