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공천’에 흔들리는 투표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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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역대 총선에서 투표율은 각 당이 선거의 유불리를 정하는 가늠자였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선 여당이, 높은 선거에선 야당이 선전했다. 투표율이 46.1%로 바닥을 쳤던 18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은 81석으로 참패한 반면, 투표율이 54.2%로 올랐던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이 127석을 얻어 선전했다.

고령층 늘어 예전보다 상승 예상
2030 정치 혐오 깊어져 하락할 수도
투표율 따른 유불리 예측 힘들어

하지만 이번에는 투표율에 따른 유불리를 예전 선거에 비해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토로했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고령층의 증가로 단순히 투표율이 올랐다고 야당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어졌다”며 “어느 정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는지가 관건이 되는 선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20·30대 투표율을 전망해보면 일단 새누리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인천대 이준한(정치학) 교수는 “이번 총선은 투표율이 올라가면 오히려 여당이 유리하다”며 “20·30대는 별다른 이슈가 없고 19대 총선의 안철수·문재인처럼 바람을 일으킨 새 인물도 없다”고 말했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조사분석센터장도 “고령층의 증가로 인한 투표율 상승이 있는 만큼 2030세대 투표율이 큰 폭으로 상승해야만 야당이 유리하다”고 했다.

일단 전체 투표율은 지난 총선(54.2%)에 비해 높아질 제도적 조건이 만들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영헌 공보과장은 “사전투표제가 총선에 처음 도입된 만큼 투표율이 오를 것이다”고 말했다.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구도도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수도권에서는 여야 공방, 호남은 야야(野野) 대결, 영남에서는 여여(與與) 대결까지 경쟁 요소가 많아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전망도 적지 않다. 여야 모두 활극으로 온갖 추태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오래 선거를 지켜본 정치 원로들은 “이대로 가다간 역대 최저 투표율이 될 것”(김형오 전 국회의장)이라고 말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독약 두 가지를 갖다놓고 어떤 독약을 선택할지 묻는 선거”라며 “국민이 정치의 주체고 최종 소비자인 만큼 잘못된 정치는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고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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