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용 구두’ 소문 나자 주문 10배 넘게 늘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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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구두 한 켤레 팔릴 때마다 3000원씩 모아뒀다가 매년 연말 이웃을 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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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대표가 만든 구두는 바닥이 자동차 타이어와 같은 패턴이라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이른바 ‘이재용 구두’로 대박 행진 중인 대구의 벤처 신발회사 ‘브러셔(Brusher·솔질하는 사람)’ 이경민(29) 대표의 말이다. 24일 대구시 동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이 대표는 수줍은 표정으로 “연말까지 3600켤레 판매 목표를 세웠다. 많이 팔고 많이 모아 사회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발업체 ‘브러셔’ 이경민 대표
이재용 부회장 “편하다” 즉석 구입
SNS에 사연 소개돼 단박에 유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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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구두를 신어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브러셔는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지난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브러셔 사무실이 있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게 결정적 계기였다. 입주기업 제품들을 둘러보던 이 부회장은 브러셔 구두를 집어들고는 유심히 살폈다. 구두 바닥에 자동차 타이어 패턴이 들어가 있는 기능성 구두였다. 자동차 타이어와 같은 고무를 사용해 잘 미끄러지지 않고 밑창의 마모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리저리 구두를 살피던 이 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신어보고는 “발이 참 편하고 (내 발에)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구두를 18만9000원에 구입했다. 이 대표는 “이 부회장이 좋은 구두를 샀다면서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7까지 선물로 줬다”며 “그 스마트폰을 아버지께 선물로 드린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랑했는데 갑자기 ‘이재용 구두’가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루 10켤레 정도 팔리던 구두에 갑자기 10배 넘는 주문이 몰려왔다. 온라인 쇼핑몰 접속자는 하루 30명에서 3000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청와대 경호실, 대구지역 경찰서 등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울산·포항·부산 등지에서 찾아와 ‘이재용 구두’를 사가기도 했다. 지난 18일엔 조달청의 정부기관 전용 쇼핑몰에 ‘이재용 구두’를 등록하기로 협약도 맺었다.

이 대표가 신발회사를 창업한 건 호기심때문이었다. 대구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유달리 신발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신발바닥을 자동차 타이어처럼 잘 미끄러지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타이어 업체를 찾아가 패턴을 보고 타이어 재질도 유심히 살폈다. ‘이재용 구두’의 최대 장점인 타이어 패턴 바닥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직접 구두를 제작할 기술이 부족해 수소문 끝에 대통령 구두를 만들었던 은퇴 기술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구두 장인(匠人) 김모(62·대구 달서구)씨로 유명 구두업체에서 일할 때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두를 제작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브러셔를 창업하고 혁신센터에도 입주할 수 있었다.

단순히 운만 좋은 회사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착한 신발 회사가 되고 싶어요. 이웃을 돕는 국내 1등 명품 기업이 되기 위해 구두 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닐 겁니다.”

글·사진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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