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안희정 지사, 구제역 확산 현장서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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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지난 22일 안희정 충남지사는 구제역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지난 2월 17일 공주를 시작으로 천안과 논산을 거쳐 국내 최대 양돈단지인 홍성까지 구제역이 확산하자 대책을 내놓는 자리였다. 안 지사는 도내 돼지 116만 마리에 백신을 접종하고 항체 형성여부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항체 형성률이 30% 미만인 농가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오는 7월까지 가축질병 근절 TF 팀 신설, 축산농가 협력·준수사항 발표 등의 로드맵도 발표했다.

양돈농가 반응은 싸늘했다. 구제역이 올해 처음 발생한 것도 아니고 홍성까지 확산했는데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는 생각이다. 농가들은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고 있다”고도 했다. 안 지사는 브리핑에서 ‘농가 책임’이라는 말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낮은 백신 접종률과 비위생적인 축사관리로 구제역이 확산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충남도의 책임 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축산농가들은 항체형성률이 낮은 농가에 과태료를 물리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접종을 해도 항체 형성률이 높아지지 않는데 수치만 따져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게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충남지역 양돈농가의 85%는 위탁농가다. 원청업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기른 뒤 납품하는 방식이다. 50% 정도는 1000마리 이하의 소규모 농가다. 이들 농가는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관리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충남은 전국 시·도 가운데 돼지 사육 두수가 215만 마리로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게다가 구제역 단골 발생지역이다. 2000년 이후 국내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마다 충남을 비켜간 적이 거의 없었다. 2014년 12월~2015년 4월까지 돼지 3만682마리가 땅에 묻혔다. 올해도 1만9267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때문에 체계적인 대책과 철저한 실행이 강조된다. 하지만, 방역·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논산시 광석면 이동제한 지역의 돼지가 도축장으로 무단 이동했다는 농민들의 제보도 있었다.

안 지사는 2010년 7월 도지사 취임 이후 시스템 행정을 강조했다. 시스템을 잘 갖추면 행정은 잘 돌아간다는 게 그의 지론인 듯하다. 안 지사 재임기간에 구제역은 꾸준히 발생했다. 농가에 책임을 묻기 전에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감독이 이뤄졌는지, 신뢰를 줄만한 대안을 제시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홍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21일 이후 안 지사는 한 번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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