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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눈 먼 남자와 말 못하는 여자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까

TONG

입력

업데이트

[씨네통] 또 하나의 눈, '케인'

씨네통, '케인'

장르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약 10분

제작연도

2014

만든사람

경기예술고등학교 만화창작과 11기 김대윤(연출, 기획)·김소정(공동연출)·이솔희(공동연출)

제작의도

서로의 모자란 점을 채워주는 순간 비로소 깊은 교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소통에 관한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했다.

줄거리

평범한 일상의 지하철, 말할 수 없는 한 여자가 볼 수 없는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소통이 어려움에도 교감의 교차점을 찾아가는 남녀의 이야기.

수상정보

2014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동상, 2014 장애인영화제 신진감독상, 2015 대한민국 청소년 방송영상대전 금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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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없는 여자와 눈이 없는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눈 없는 남자가 지갑을 떨어뜨립니다. 입 없는 여자가 그걸 목격하지만, 소리내어 부를 수 없습니다. 망설이던 여자는 남자를 따라갑니다. 보지 못하는 남자, 말을 못하는 여자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경기예고 만화창작과 11기 김대윤(19)·김소정(19)·이솔희(19) 세 사람이 만든 ‘케인’은 진정한 의미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장애'는 너무나 절묘해 무릎을 치게 합니다. 2014 장애인 영화제 신진감독상,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동상,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 단체상 등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죠. 케인의 기획과 연출 등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김대윤 양과 접촉했습니다. 올해 계원예대 애니과 새내기가 되었다는 김 양은 이메일로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천적인 호흡장애 때문이었습니다.

"호흡장애를 앓아 글과 그림으로 소통했어요"

“호흡장애 때문에 발성이 어려워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과 소통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림에 관심이 생겼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깊게 배우고 싶었죠.”

경기예고 만화창작과 1학년 애니메이션반은 매해 팀을 이뤄 애니메이션을 제작합니다. 각자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에 대해 발표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기획 중 참여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 팀을 짭니다. 공동연출을 한 다른 친구들은 대윤 양의 기획이 마음에 들어 합류했습니다.

“처음으로 완성한 애니메이션이자, 처음 경험한 팀 작업이었어요. 모든 게 서툴고 생소했죠. 특히 팀원끼리 의견이 다를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다들 작품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과 더 많이 회의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돌이켜보면 그 때만큼 열중한 일도 없네요.”

시나리오도 직접 썼습니다. 소통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이었습니다.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깊게 교감하는 순간은 언제이고, 서로 가장 소통하기 힘든 사람들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졌습니다.

"캐릭터의 겉모습보다 그들의 관계에 집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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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민에 대한 답은 ‘케인’만의 개성이 되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다소 파격적인 입이 없는 여자와 눈이 없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코 관객을 놀라게 하거나 당황시키지 않습니다.

“그런 주인공의 설정이 어떤 관객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죠. 저는 작품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원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고 부드러운 작화를 택했죠. 영화를 보는 관객이 캐릭터의 겉모습이 아닌 그들의 관계에 집중하길 바랐어요.”

담백한 표현 방법은 ‘케인’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장애를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그려낸 아이디어는 로토스코핑 방식과 만나 ‘케인’의 주제를 극대화합니다. 로토스코핑은 사람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찍은 뒤 한 프레임씩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그리는 기법입니다.

우선 시나리오에 맞게 실사 영화를 촬영한 뒤 컷을 초당 12장으로 나눠 캡쳐한 장면 위에 연기하는 사람만 캐릭터로 작화했습니다. 배경은 작품 설정에 맞게 직접 그려서 캐릭터 뒤에 배치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독특한 시각 효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영화가 사실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로 다가가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는 분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끼길 바랐어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너무 쉽게 화를 내고, 또 누군가는 낯가림이 심하죠. 그런 부분이 가끔 사람 사이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교감하기 어려울 때가 있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죠. 주인공이 우리 일상의 가깝고 평범한 사람 중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로토스코핑의 사실적인 움직임과 배경을 통해 전하고자 했어요.”

"색깔은 주인공이 세상을 보는 방식"

궁극적으로 ‘케인’은 ‘평범함’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작품의 초점 또한 주인공들이 지닌 장애가 아니라 그들이 소통하는 과정에 맞춰져 있습니다.

“영화의 테마인 ‘사랑’이라는 감정은 장애인만 느끼는 게 아니에요. 주인공은 우연히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뿐이죠. 그래서 영화 내내 주변 사람들 그 누구도 그들을 동정하거나 주시하지 않아요.”

흑백으로 그려진 세상 속, 도로의 점자블록, 점자책, 흰지팡이(Cane) 등 시각장애를 가진 남자를 돕는 도구는 색을 갖고 있다.


컬러를 부분적으로 사용한 연출도 소통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컬러로 표현한 장면은 남자 주인공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에요. 케인, 점자 블록, 횡단보도의 벨, 점자 책 등 남자의 눈이 되는 도구들이 색을 지니고 있죠. 중반까지 흑백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결말에서야 컬러로 바뀌어요. 여자가 남자의 눈이 되자 세상은 물론 여자의 마음까지 볼 수 있게 된 남자의 가슴 벅찬 ‘시선’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어요."

시각적 연출만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닙니다. 서정적인 배경 음악은 영화의 그림과 어우러져 적은 양의 대사 대신 인물들의 감정선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경기예고 만화창작과의 모든 애니메이션 삽입곡은 '불꽃심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양수혁 작곡가의 작품입니다. ‘케인’의 삽입곡 역시 작품을 위해 모두 새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남자가 여자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보는 순간, 그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기분을 음악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호흡장애를 가진 이 작은 영화 감독이 ‘케인’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때 비로소 교감을 느끼고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채워주세요’.”

그녀는 앞으로 '사람의 애매한 감정'을 다뤄보고 싶다고 합니다.

"살면서 정말 많은 감정들을 느끼지만, 그 중 어떤 감정은 아직 이름이 없어요. 표현하기 어려운, 애매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그런 감정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앞으로 제가 만들 모든 작품이 세상과 소통하는 대화의 방법이 될 거라 여겨요."


'케인'을 만든 김대윤 학생 추천-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영화

'파닥파닥' 이대희, 2012


"이 영화를 보고 희망을 갖고 도전하는 행동 자체가, 죽은 척하며 목숨만 연명하는 삶보다 훨씬 값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희망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지 말이죠. 그렇게 시선을 돌려보니 이 세상에는 제가 시도해볼 수 있는 일이 무척 많더라고요. 저에게 도전의 소중함을 알려준 작품이에요."

글=김재영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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