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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은 노래를 타고… ‘뽑아달라 전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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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oo 한번 믿어봐", "바꿔", "언제든지 달려갈게~"

선거철이면 거리에서 들리는 노래 속 가사 말이다. 잘 고친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결합… 잘 만든 로고송은 선거판 마케팅의 필수 요소다.

최초의 선거 로고송부터 2016년 4ㆍ13 총선까지, 후보자들의 간절한 ‘그 노래’를 정리해봤다.


1. 선거운동에 등장한 최초의 대중가요 ‘베사메 무초’


노태우 ‘베사메 무초’ 대한민국 최초로 대중가요가 선거 유세장에 등장한 때는 1987년 12월 16일 제 13대 대통령 선거.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약 20년만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애창곡이었던 ‘베사메 무초’를 유세 현장에서 직접 불러 대중가요를 선거운동에 사용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됐다.


2.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와 춤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니셜‘DJ’를 활용했다. 그는 1997년 대선 당시, 최대 히트곡이었던 DJ DOC의 ‘DOC와 춤을’을 ‘DJ와 춤을’로 개사했다. 로고송이 더해진 뮤직비디오 형식의 TV광고는 파격적이었고, 젊은 유권자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선거 로고송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인기곡을 쓰기 위한 후보 간의 쟁탈전도 이 시기부터 시작됐다.


3. 기네스북에 오를 뻔한 선거로고송 ‘빠라빠빠’


원곡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은 선거 로고송은 무엇일까. 정답은 트로트 가수 박현빈 씨의 1집 수록곡 ‘빠라빠빠’다. 박현빈 씨는 2006년 5.13 지방 선거기간 동안 1집 수록곡 ‘빠라빠빠’를 개사한 선거 로고송을 직접 700번이나 불렀다. 기네스북 등재까지 될 뻔 했지만, 한국 기록원 확인 결과 기네스북에 등재되지는 않았다. 박현빈 씨의 소속사는 “2006년 월드컵을 기념한 곡 ‘빠라빠빠’의 발표 시기와 선거 기간이 겹쳤다. 월드컵 분위기 때문인지 이 곡을 쓰려는 후보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4. 184명이 동시에 선택한 박상철의 ‘무조건’


2007년 대선 이명박 후보 로고송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은 선거 로고송의 전설로 통한다. 2008년 제 18대 총선에서 184명의 후보자가 동시에 이 곡을 택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음악저작권 협회에 따르면 ‘무조건’은 2007년 제 17대 대통령 선거, 2008년 제 18대 국회의원 선거, 2011년 상ㆍ하반기 보궐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곡으로 꼽혔다.

그러면 박상철은 ‘떼 돈’을 벌었을까?
가수는 해당 곡을 직접 작사ㆍ작곡하지 않았다면, 로고송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 원곡 가수가 바뀐 가사로 녹음을 하는 경우 가창료만 받을 수 있다. 총선의 경우 로고송을 만드는 데 ‘저작권료+인격권료+제작비’를 포함해 보통 곡당 250만 원 안팎이 든다. 그 중 저작권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규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 때 곡당 사용료는 200만 원, 광역단체장 선거는 100만 원, 국회의원 선거는 50만 원이다. 인격권료는 선거용으로 곡의 가사를 바꾸는 경우 저작권과 별도로 작사ㆍ작곡가에게 주는 비용이다.


5. “죽여줘요~” 성 상품화 논란 휩싸인 선거송


아름다운 근혜 모습 / 너무나 섹시 해 / 얼굴은 브이라인 / 공약은 에스라인 / 박근혜가 죽여줘요~

또 박현빈 씨의 노래를 개사했다. 2012년 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측은 박현빈 씨의 히트곡 ‘샤방샤방’을 선거 로고송으로 택했다.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박근혜가 죽여줘요”라고 후렴구가 되풀이된다. ‘샤방샤방’은 선거 로고송으로 여러 차례 쓰였던 곡이지만 “죽여줘요”라는 후렴구를 그대로 사용한 적은 없다. 결국 이 로고송은 얼마 못 가 폐기됐다. 원곡의 가사에 박 후보의 이름만 넣어 그대로 사용했는데, ‘여성을 상품화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6. 강동원도 춤추게 한 “붐바스틱 붐붐붐!”


영화 ‘검사외전’ 속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강동원의 붐바스틱’이 아닐까. 강동원(한치원 역)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전직 검사 이성민(우종길 역) 선거캠프에 들어가 제시 마타도르(Jessy matador)의 히트곡 ‘붐바(Bomba)’ 멜로디에 맞춰 신명나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원조는 따로 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 광주 동구 이병훈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현장. 노란색 점퍼를 맞춰 입은 선거인단은 ‘붐바(Bomba)’에 맞춰 현란한 막춤을 선보였다. 흥겨운 멜로디에 춤이 더해지자 행인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7. 대선 로고송 사용 거절한 ‘텔미’와 ‘강남스타일’


2007년 원더걸스의 ‘텔미’와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거의 모든 대선 주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원더걸스 측은 “멤버들이 미성년자여서 선거권이 없으며, 국민적인 히트 곡이 특정 후보를 위해 쓰이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강남 스타일’ 역시 저작권자인 싸이의 반대로 어느 후보도 이 곡을 사용하지 못했다.

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선거 로고송으로 가장 탐내는 노래는 트로트 가수 이애란 씨의 히트곡 ‘백세인생’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백세인생’ 독점 사용을 포기했다. ‘백세인생’을 작사ㆍ작곡한 김종완씨 측이 독점 사용시 인격권료로 5억 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5억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독점 사용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국회의원이나 예비후보자 개인이 원할 경우 통상 인격권료 140만~150만 원 선에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민경·이어진 기자  lee.e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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