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우승' 양철호 감독 "한 대 맞아도 기분 좋은 날"

중앙일보

입력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이 통산 두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현대건설은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5전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20, 25-18)으로 완승을 거뒀다.

1~3차전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모두 3-0으로 이긴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2005년 프로배구 원년 이후 12시즌 동안 챔프전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한 건 남녀를 통틀어 현대건설이 처음이다.

정규리그 2위팀인 현대건설이 1위 IBK기업은행을 이긴 힘은 '토털배구'에 있었다. 양효진(17점)을 비롯해 외국인 공격수 에밀리 하통(15점)과 베테랑 황연주(10점)·한유미(7점) 등이 고르게 활약했다. 특히 허리·발등 부상을 딛고 팀을 우승으로 이끈 주장 양효진은 기자단 투표 총 29표 중 23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양철호(41) 현대건설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의 장점을 부각시킨 게 우승 비결"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양 감독의 일문일답.

-우승 기분이 어떤가.
"지도자 생활을 17년째 하고 있는데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들어서 무척 행복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그런데 표정이 어둡다.
"원래 가만히 있으면 차가워보인다. 사실 기쁘다. 오늘 길 가다가 누가 때려도 괜찮을 정도로 기쁘다. 우승하고 인터뷰하니까 정말 마음이 편하다.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1시간도 인터뷰 하겠다(웃음)."

-우승 비결은.
"정규리그 막판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는데 잘 극복했다. 기술적으로는 선수들 개개인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키려고 노력했다."

-스타 출신 지도자가 아니어서 힘든 점이 있었나.
"여자 프로배구에 와서 지도자 생활하면서 진짜 프로 세계를 알았다. 내가 스타 출신 지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 내가 프로배구에서 10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황연주가 프로배구 12년차다. 내가 연주보다 후배다. 프로 출신이 아닌 내가 프로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비디오를 많이 보고 전술 분석하고,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노력했다."

-현대건설에 베테랑 선수들이 많았다.
"한유미나 황연주 등 베테랑들이 간절한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했다. 나이 있는 선수들과 제가 마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없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여기까지 왔다."

-우승 후, 어머님 이야기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배구하면서 집에서 나와있던 적이 많다. 그런데 그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우승하고 나니 생각이 많이 났다."

-우승까지 이끈 키플레이어는.
"센터 양효진과 세터 염혜선이다. 그런데 혜선이를 좀 혼내줄 생각이다. 3차전 막판에 양효진에게 계속 공을 올리더라(웃음)."

-우승 세리머니는 했나.
"양효진이 원했던 댄스 세리머니를 코트 위에서 한바탕 추고 왔다. 완전 아저씨 춤인데 열심히 췄다."

수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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