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억원 전세자금 사기대출한 2개 조직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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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세자금 제출제도를 악용한 사기대출이 부산에서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무자격자를 내세워 전세자금 31억원을 부정대출 받은 혐의(사기 등)로 2개의 기업형 사기조직을 적발해 총책 등 9명을 구속하고, 가담자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대출신청인의 자격심사(가구주, 소득 여부 등)가 대체로 형식적으로 실시되는 점을 악용했다. 급전이 필요한 일명 대출 바지(명의 대여자)를 모집해 임대계약서·재직증명서 등 소득증빙서류를 위조해 금융기관에 제출해 대출을 받았다. 2개 조직은 이러한 수법으로 총 11개 시중은행으로부터 31억1000만원을 부정대출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책, 허위서류 작성 위조책, 허위 임차인·임대인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김부장·이실장 등 가명이나 대포 핸드폰을 썼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적발된 A조직의 총책 정모(48·구속)씨 등은 부산진구 연지동에 사무실을 두고 급전이 필요하지만 대출자격·상환능력이 없는 허위 임차인·임대인을 모집했다. 이어 대출조건에 맞추기 위해 유령회사를 만들어 실제 근무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 등 허위서류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가짜 임대계약서를 만든 뒤 임차인에게 은행에 허위로 전세자금 대출신청을 하게 했다.

대출이 승인돼 임차인 계좌로 전세자금이 입금되면 총책 40~50%, 임차·임대인 모집책 20%, 위조책 20% 등으로 대출금을 나눠가졌다. A조직은 이런 수법으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7개 금융기관으로부터 37회에 걸쳐 28억원의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B조직의 총책 김모(36)씨는 부산시내 관리대상 폭력조직의 행동대원이었다. 김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부산 해운대구 오피스텔에 대출사무실을 차려 주로 주점종업원에게 선급금을 빌려주면서 사기 대출을 했다. 선급금을 갚지 못하는 여성에게 위장취업 업체를 소개해주고 허위작성된 재직증명서를 제출케 해 전세자금을 대출받도록 한 것이다. 이런 수법으로 금융기관 4곳으로부터 3억1000만원을 부정대출 받았고, 돈을 갚지 못하는 여성에게서 대출금의 30~40%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경찰은 “이번 부정대출 명의자 대부분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며 “이들 명의로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명서 등을 위조해 대출신청이 이뤄졌는데도 은행이 제출서류만 확인하는 등 자격심사를 소홀히 해 사기대출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전세자금 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기금을 마련해 보증하는 것으로, 매년 2000억원 상당이 부정대출 또는 채무 불이행으로 정부예산이 낭비되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부산=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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