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항마로 떠오른 강봉균, ‘기초연금 30만원’ 공약에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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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받은 강봉균(사진)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지금 경제 현장에서 아파하고 걱정하는 국민들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강조하는 ‘포용적 성장론’에 대해서다.

강 “정치인, 달콤한 공약 내면 안 돼”
김 “복지의 생산적 측면 중시해야”

김 대표는 이날 인천대 강연에서 “돈 없는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복지를 맹목적으로 백안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복지의 생산적인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새누리당 내부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아직 내가 무슨 직책을 맡겠다고 말하긴 이르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더민주 김 대표의 정책이 화제에 오르자 숨김없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날 “65세 이상 노인 분들께 기초연금을 30만원 지급하겠다고 하니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재정에 목표를 정하면 그걸 수행하는 재원을 확보하는 게 정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노후 보장이 돼 있고, 재산 있는 사람들에게 20만원, 30만원은 중요하지 않은 반면 (노인에게 일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국가에 엄청난 재정 부담이 된다”고 반박했다. 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노인들에게 먹는 것, 자는 것, 그리고 아프면 병원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달콤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강 전 장관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로 한 건 김 대표의 호적수라고 판단해서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제민주화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김 대표가 야당의 총선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를 수습했던 강 전 장관만 한 카드가 없다고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7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는 서민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보편적 복지를 해결해줄 만한 부자 증세 방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의원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란 주장과도 대립하는 논리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친구나 다름없고 잘 안다. 열린우리당·민주당에 있었지만 사실은 우리와 생각이 더 맞는다”면서 “선대위원장으로 좋은 카드”라고 말했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선대위원장직에 3선 의원에, 청와대 경제수석과 장관을 거친 중량감 있는 강 전 장관을 앉힐 경우 선대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며 “(김무성) 당 대표 중심 체제가 선대위원장 중심 체제로 (바뀌어) 운영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박유미·안효성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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