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사실상 '세번째' 대통령 임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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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대선에서 승리한 호세프 당시 대통령 당선자(오른쪽)와 룰라 당시 대통령(왼쪽)이 알보라다 대통령궁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 [중앙 포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2010년 퇴임 이후 5년만에 ‘수석 장관’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궁은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으로 지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15일 호세프 대통령을 4시간 동안 만난 뒤, 16일 다시 만나 수석장관 제의를 받아들였다. 수석장관은 대통령에 이은 정부 2인자로 행정 부처를 총괄한다. 정무장관과 함께 ‘국정 투톱’으로 부처간 정책을 조율하는 등 사실상 국정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한다.

 룰라 전 대통령은 시시각각 조여오는 검찰의 수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그는 최근 브라질 경제에 큰 타격을 준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사건에 연루돼 파라나 주(州) 경찰에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수석 장관에 오르면 당분간 수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브라질 현행법상 연방정부의 장관은 주(州) 검찰 수사나 주 법원의 재판으로부터 면책되고 연방 검찰 수사와 연방대법원 재판만 받는 특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그를 정치적 스승으로 삼고 있는 호세프 대통령도 같은 부패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법당국의 수사가 현 브라질 행정부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있다.

 룰라는 당장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주요 부처 장관을 교체하고 강한 경제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재임하는 동안 성장을 우선으로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실제로 호세프 대통령과 만나는 동안 정당간 정책 협의와 경제정책에 대해 자율권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가에선 “룰라가 사실상 세번째 임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수석장관이 여러 행정부처 실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은 행정과 경제 부문에서 주요 결정권을 뺏길 수도 있다. 브라질 정치컨설턴트인 티아고 드 아라가옹은 “호세프는 룰라에게 항복할 것이며 룰라 장관은 새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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