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룩·세리둥절···이세돌, 인간미 넘치는 아홉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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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알파고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표정 없는 대리인 아자황 박사에 비해 ‘승부사’ 이세돌이 순간순간 짓는 표정은 생동감이 넘쳤다. 그의 표정때문에 대국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함께 가슴을 졸이고 함께 초조해 했고, 승리의 기쁨도 함께 나눴다.

상대에게 이다지도 자기 감정을 솔직히 보여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알파고가 의표를 찔러들어올 때는 입이 떡 벌어졌고, 수가 나지 않을 때는 반상이 뚫려라 쳐다봤다. 알파고가 빈틈없이 바둑을 둘 때엔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알파고의 4승 1패, 우승으로 마무리된 이번 대회에서 이세돌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9가지 장면을 뽑아봤다.

1. 헉! 컴퓨터 맞어?
1국에서 이세돌의 허를 찌르고 들어온 알파고의 102수. 이세돌의 입이 자동문처럼 떡 벌어진다. 대국을 바라보던 프로기사나 일반인들도 함께 경악에 빠진 장면. 정지 화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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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무룩
‘참, 바둑 사람같이 두네.’ 단단한 알파고의 바둑을 보며 답답한 마음으로 화장실로 향하는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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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 진짜 내가 왜 그랬지
2국 중반 이세돌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조금씩 따라잡으려해도 저만치 달아나는 알파고. 하지만 이세돌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반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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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 따끔하네
2국 종반 이세돌의 백을 공격하러 들어온 알파고의 수에 따끔해하는 이세돌. 완벽한 알파고의 운영에 이세돌은 다시 항복을 선언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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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묘수야 나와라!
3국 중반, 정신 초집중시키고 반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세돌. 이것도 정지화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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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너도 당해봐라 얍!
이세돌은 알파고가 1만분의 1 미만의 확률이라 생각했던 자리에 ‘신의 한 수’를 터뜨렸다. 이 한 수로 이세돌은 승기를 잡았고 알파고는 이후 더위먹은 소처럼 어기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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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세리둥절
‘이…이건, 뭐…뭐지?’ 알파고가 아마추어도 안 두는 수들을 남발하면서 자멸하자, 이세돌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세돌은 반상과 알파고의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 들여다보며 어이없다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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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엄지척
이세돌의 첫 승리에 판후이 2단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보는 사람 모두를 흐뭇하게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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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실망말아요, 그대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인 5국에서 막판 초읽기에 몰려 힘겨워했다. 하지만 이만큼 버텨낸 것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 이세돌은 알파고에게 패한 사람이 아닌, 한번이라도 이겼던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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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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