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함도 찾아 추모의 꽃 심은 여대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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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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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左), 김윤경(右)

한국 여대생들이 일본 서남부의 하시마섬(端島·군함도)을 찾아가 그곳이 조선인과 중국인의 강제노역 현장이었음을 알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을 심었다.

김영재·김윤경씨 ‘게릴라 가드닝’
과거 조선인 등의 강제노역 고발

서울여대 원예생명학과 2학년 김윤경(20)씨와 동덕여대 경제학과 4학년 김영재(24)씨는 3일 하시마섬으로 갔다. 방치된 땅에 기습적으로 꽃과 나무를 심는 ‘게릴라 가드닝’으로 일제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게릴라 가드닝은 1973년 미국 뉴욕에서 버려진 사유지를 정원으로 꾸민 시민운동에서 유래됐다.

하시마섬은 지난해 유네스코가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으로 등재한 곳이다. 일제시대 수만 명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 노역했던 장소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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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마섬 선착장 인근에 심은 꽃 위에 일제 만행을 고발하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 김윤경]

이들은 사흘간 항구에 머물며 밤마다 선착장 입구, 도로변 등에 꽃을 심었다. 한국에서 꽃을 들고갈 수 없어 현지에서 구입한 꽃을 사용했다. 꽃을 심은 곳에는 ‘두 섬 이야기’이라는 제목의 국문·영문·일문 안내문을 붙였다. 하시마섬이 산업혁명의 유산이면서도 강제노역이 자행된 지옥섬이었다는 뜻에서 ‘두 섬’이라고 지칭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2학기에 ‘여성 CEO 양성 교육’ 이란 연합 수업에서 만나 이 일을 구상했다. 윤경 씨는 “창업 관련 수업이었는데 전공도 살리고 ‘가치를 벌어보자’는 생각에 하시마섬 프로젝트를 계획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 내 키만 한 삽을 들고 꽃을 심으러 나갔는데 경찰차가 보이면 괜히 무섭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에 이 일을 소개하는 ‘두 섬 이야기’라는 영상을 올렸다. 윤경 씨는 “하시마섬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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