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인간 돕는 약AI…자아 갖는 강AI는 먼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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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넘을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자 AI 발전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는 100년 내에 AI에 의해 끝날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라며 AI의 부정적인 측면을 경고한 바 있다.

의식·감정은 알고리즘 밖의 영역
뇌과학, 이제 ‘쥐의 뇌’ 재현 단계
기술과 공론화 속도차가 공포 불러

AI는 크게 ‘강(强)AI’와 ‘약(弱)AI’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영화에 등장해 인류를 위협하는 수퍼컴퓨터·로봇 같은 게 강AI다. 자아를 가지고 자기를 지키려 하며 스스로 진화·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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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알파고나 IBM의 왓슨처럼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된 게 약AI다. 하드웨어·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해준다. 이미 의료·교육·경영·서비스 등에서 활발히 활약 중이다. 그러나 약AI는 인간의 지시를 따를 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킹·머스크가 경고한 것은 강AI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이런 강AI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특이점은 기술 발전이 이어지면서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을 뜻한다. 이 특이점을 뛰어넘으면 AI 스스로 자신보다 더 똑똑한 AI를 만들어 지능이 무한히 높은 존재가 출현하게 된다. 바로 강AI다. 커즈와일은 당초 2045년이면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지난해 이를 2030년으로 앞당겼다.

하지만 AI 전문가들은 이런 견해에 대해 “기우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세계AI학회의 ‘혁신 응용상’을 수상한 경희대 경영학부의 이경전 교수는 “AI의 발전 속도가 우리 사회의 공론화 속도를 앞서면서 낯선 기술에 대한 공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인간이 시킨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이지 스스로 자의식을 갖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 뇌과학 기술은 쥐의 뇌 구조를 일부 재현하는 정도다. 1000억 개가 넘는 인간 뇌신경에 대한 연구는 이제 겨우 시작한 단계다.

송대진 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학술지 ‘뉴로퀀톨로지’에 AI의 한계를 ‘의식의 계산 불가성’이라는 이론으로 증명했다. 인간의 생각·감정·의식은 컴퓨터의 계산이나 알고리즘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약AI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일자리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AI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선진국·신흥시장 등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반해 새로 생겨나는 직업은 210만 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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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8년이면 300만 명 이상의 직원이 ‘로봇 상사’(Robo-boss)의 감독하에서 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적용 과정에서 법·제도의 미비로 사회·경제시스템이 갑자기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섹스로봇·살인기계처럼 인권·도덕·책임 등 여러 분야에서 가치 충돌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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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I의 발전이 중장기적으로 고용이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적어도 이제는 AI 개발에서 효율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윤리적인 공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AI 발전에 따른 윤리·법·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해용·이창균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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