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사막에는 비가 더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지난해 9월 아타카마 사막에 카페트처럼 펼쳐진 분홍색 당아욱 꽃밭 [사진 아타카마닷컴]

지난해 9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연평균 강수량이 15㎜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 분홍색 당아욱 꽃이 만발하는 장관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건 6개월 전 내린 폭우 때문이었다. 당시 사막 일부 지역엔 하루에만 23㎜의 비가 내렸다. 아무 것도 살 수 없다고 여겨졌던 사막에 '생명수'가 더해진 것이다.

기사 이미지

아타카마 사막에 꽃이 피기 전과 후의 비교 사진 [사진 아타카마닷컴]

같은 일은 북반구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3월 북미에서 가장 건조한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에 11년 만에 가장 많은 꽃이 핀 ‘수퍼 블룸(super bloom)’ 현상이 나타났다. 적도 부근의 해수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으로 게릴라성 호우가 내린 후 벌어진 일이다.

기사 이미지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에 노란 프림로즈꽃이 만개해 있다. [사진 데저트유에스에이닷컴]

지구 온난화가 사막화를 앞당긴다는 기존 통념에 반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온난화가 진행되면 건조한 곳은 더욱 건조해지고, 습한 곳은 더욱 습해진다는 게 정설이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 마르쿠 도냇 박사는 7일(현지시간) 기후 학술지인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사막의 강수량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도냇 박사 연구팀은 전세계 1만1000개 기상청에서 1951~2010년의 강수량 데이터를 수집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과 습한 지역을 구분한 뒤 각각 연강수량과 급강수량(홍수·폭설처럼 단기간에 강수량이 급증하는 것)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미국 북서부·호주, 그리고 아시아 일부처럼 건조한 지역에서 연강수량과 급강수량이 모두 10년마다 1~2% 비율로 증가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미나 동남아 등 습한 지역에서도 급강수량은 건조한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고 연강수량은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강수량이 늘어난다 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바로 늘어나는 건 아니다. 도냇 박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증가한 열 때문에 증발하는 물의 양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막과 같은 건조지역엔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