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키워드로 보는 사설

테러방지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약칭 테러방지법)은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에 대한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추진된 법으로 대테러 활동을 위한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 등의 우려로 인해 그동안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번번이 입법 처리가 무산되었다. 테러방지법안은 2001년 11월 국가정보원의 발의로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의 반발,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의 우려에 부딪쳐 추진이 중단됐다.

2003년 11월 수정안이 다시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후 17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으며 2008년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으로 다시 발의되었으나 역시 벽을 넘지 못했다. 지금의 테러방지법이 재논의된 계기는 파리 테러를 계기로, 2015년 1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기본적인 법 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안다. IS도 알아버렸다”면서 “이런데도 천하태평으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을 수가 있겠나”라고 말하면서부터였다.

2016년 2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고 이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됐지만 3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됐고, 다음 날인 2일 국무회의에서 법 제정안 공포안을 의결함으로써 15년 만에 테러방지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외 테러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이라는 주장과 국가정보원에 주어진 막강한 권한으로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의 위험이 더욱 커졌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