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 '독학 해킹기술'로 사이버머니 8500만원 가로챈 무서운 1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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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익힌 해킹 기술로 불법 도박사이트와 게임사이트에서 8500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빼돌린 고교생 일당이 덜미를 잡혔습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불법 도박사이트 및 게임사이트 5곳을 해킹해 사이버머니를 가로챈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이모(18)군을 붙잡았다고 7일 밝혔습니다. 이군이 해킹을 통해 만들어낸 사이버머니의 환전을 도운 친구 A(18)군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범행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군은 평소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2년 전부터 인터넷 블로그와 시중에 판매되는 책을 통해 해킹 기술을 나홀로 익혔습니다. 지난해 11월 중순쯤, 이군은 자신의 해킹 실력을 시험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상은 불법 도박사이트였습니다. 불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킹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이군은 범행대상이 된 도박사이트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군은 한 도박사이트의 관리자 아이디를 해킹해 1000만원 상당의 사이버머니를 결제 없이 충전했습니다. 이렇게 충전한 사이버머니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된 친구에게 전부 넘겨주며 해킹 실력을 과시했습니다.

해킹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이군은 친구들을 끌어들였습니다. 동갑내기 친구 3명은 사이버머니를 환전하는데 필요한 아이디를 제공하거나 통장을 관리하는 등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이후 이군은 온라인 게임사이트들을 노렸습니다. 모두 생긴 지 1년이 채 안 된 신생 사이트였습니다. 이군이 사용하는 기술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해킹 기술이었지만, 보안이 허술한 신생 게임사이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이군 일당이 4개의 사이트에서 빼돌린 사이버머니는 7500만원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이중 1000만원 가량을 현금화해 PC방 비용·술값 등 유흥비로 탕진했습니다. 일부는 A군의 대학교 등록금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어긋난 우정’은 게임사이트 운영자가 해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끝이 났습니다. 피해를 입은 불법 도박사이트는 현재 차단 처리됐고, 이군 등 4명은 지난 3일 서울 남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습니다. 경찰은 “추가 피해 사이트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계좌 거래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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