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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은은하게 빛나는 궁궐의 밤, 왕이 된 듯 걸어볼까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어느덧 3월입니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인지, 어느새 우리 곁에 훌쩍 다가온 봄기운이 더욱 반갑네요. 혹시 봄을 맞는 설렘보다 꿀맛 같은 방학이 끝나 속상한 마음이 더 큰 건 아닌가요? 그렇다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포근한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도심 고궁들의 야간 개장이 시작된다는 거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손을 잡고 운치 있는 밤의 고궁으로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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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개장 행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궁궐은 1395년(태조 4)에 창건된 조선의 법궁, 경복궁이에요. ‘경복(景福)’은 큰 복을 빈다는 뜻으로 정도전이 붙인 이름이랍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타버린 후 방치되던 경복궁은 19세기 말 흥선대원군에 의해 복원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다시 훼손되었고, 1990년 이후 문화재청이 지속적으로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죠. 경복궁은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을 기념해 2010년 처음으로 밤에 시민들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폭발적인 반응에 따라 매년 야간 개장 행사를 하게 되었고, 다른 궁궐들도 뒤따랐죠.

어둠이 내린 경복궁은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지만, 꼭 두 가지만 꼽으라면 근정전과 경회루를 들 수 있어요. 근정전은 왕과 신하들이 조회를 하거나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랍니다. 근정전 마당에는 신하들이 설 자리를 표시하는 품계석이 줄지어 있고, 바닥에는 거칠고 울퉁불퉁한 ‘박석’이 깔려 있죠. 여기에는 궁을 드나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네요. 근정전을 지나면 왼편에 연못이 보이고 그 위에 아름다운 누각이 서 있는데, 이곳이 경회루입니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연회를 열던 곳이죠. 어둠 속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은 경회루가 잔잔한 연못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황홀하기까지 해요. 경회루와 근정전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또 다른 볼거리는 음악회입니다. 경복궁 야간 음악회는 2차 개장 기간부터 시작하며, 수정전 구역에서 매일 오후 8시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됩니다. 전통 국악 공연뿐만 아니라 클래식, 퓨전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해요.

3월 2일 시작된 경복궁 1차 야간 개장은 4월 4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화요일은 쉽니다. 안타깝게도 1차 티켓은 이미 매진되었답니다. 하지만 너무 슬퍼 말아요. 4차까지 120일의 야간 개장이 계획돼 있고, 4월 29일부터 2차 야간 개장이 시작되거든요. 예매는 야간 개장 첫날로부터 일주일 전, 즉 4월 22일경 시작되며, ‘옥션’과 ‘인터파크’에서 신청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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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내려다 본 창경궁의 야경. 은은하게 불을 밝힌 채 도심 속 고궁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가운데에 자리한 ‘홍화문’은 창경궁이 창건되던 해인 1484년(성종 15)에 처음 지어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탄 뒤 1616년(광해군 8)에 재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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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창덕궁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는 궁궐로 사용된 창경궁은 임진왜란, 이괄의 난 등으로 훼손되었다 복구하기를 반복하였죠. 갖은 수난 속에서도 궁궐로서의 격과 위상을 지켜 오던 창경궁은 일제강점기 큰 아픔을 겪습니다. 일제는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 일본풍의 박물관을 지었고, 일본의 상징인 벚나무를 심었으며, 이름까지 ‘창경원’으로 낮춰 불렀어요. 조선 왕조의 궁궐이 하나의 공원 취급을 받은 거죠. 1984년에야 복원 공사가 시작되었고, 식물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제 잔재를 제거하여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답니다.

창경궁 역시 경복궁과 같은 방식으로 야간 개장을 진행합니다. 1차부터 4차 개장까지 계획되어 있으며, 시기 또한 같아요. 다만 창경궁은 매주 월요일이 쉬는 날이랍니다. 창경궁 야간 개장에서 눈여겨볼 것은 2차 야간 개장 기간 진행될 창경궁 야간 음악회입니다. 4월 29일부터 매일 오후 8~9시 국악·관현악 퓨전 공연이 통명전에서 열릴 예정이예요.

경복궁·창경궁의 2차 야간 개장일에 맞춘 또 하나의 즐길거리가 있습니다. 바로 제2회 궁중문화축전이죠. 5월 8일까지 경복궁·창경궁·창덕궁·덕수궁·종묘 등 서울 시내 궁궐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우리 궁궐의 아름다운 유·무형 유산을 첨단기술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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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회루는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장소다. 연못에 비친 경회루의 모습은 밤에 봐도 아름답다. 경회루의 ‘경회(慶會)’에는 군신(임금과 신하)이 서로 덕으로 만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3 창덕궁의 부용지는 조선시대 대표적 왕실 정원 중 하나다. 야간에 창덕궁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부용지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
4 서울시청 별관에서 바라본 덕수궁의 야경. 다른 궁궐들에 비해 담이 낮아서 궁 안에서도 야경을 감상하기 수월하다. 주변에는 각국의 대사관 건물이 자리하고 있어 동양과 서양의 건축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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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은 1405년(태종 5) 지어진 조선의 이궁(공식 궁궐을 사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지은 예비 궁궐)입니다. 창덕궁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예요. 건물과 정원은 물론 작은 돌과 나무 한 그루까지도 조화를 이루고 있죠. 특히 ‘비원’이라고도 불리는 창덕궁 후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일부가 되는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창덕궁은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답니다.

창덕궁은 3월 21일부터 6월 22일까지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를 열어 시민과 관광객들을 어둠이 내린 창덕궁으로 초대합니다. 달빛기행의 입장료는 3만원으로 경복궁·창경궁에 비해(각각 3000원·1000원) 다소 비싸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입장하여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달빛 아래 창덕궁의 숨은 매력을 속속들이 느낄 수 있답니다. 어두운 밤, 은은한 청사초롱 불빛과 달빛에만 의지해 고즈넉한 궁궐과 정원을 거니는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겠죠? 연경당에서 진행되는 다과를 곁들인 전통예술공연 역시 관람 포인트!

달빛기행은 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2월 23일에 시작된 상반기 예매는 시작한지 몇 분 만에 매진되었다고 해요. 아쉽게 상반기 예매를 놓친 소중 친구들은 8~10월 진행될 하반기 달빛기행을 기대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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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의 원래 세조의 큰손자인 월산대군의 개인 저택이었습니다. 1593년 임진왜란으로 의주로 피신했던 선조가 한성으로 돌아온 뒤 거처로 삼아 궁궐의 지위를 얻고, 이후 광해군이 이곳에서 즉위한 뒤 경운궁이라 이름 지었죠. 인조가 거처를 창덕궁으로 옮기면서 경운궁의 입지는 한적한 별궁 정도로 축소되었으나, 1897년 고종이 경운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대한제국을 선포해 대한제국의 황궁이 되었습니다. 고종 황제는 황위를 순종에게 물려준 후에도 계속 경운궁에 머물며 이름을 덕수궁으로 고쳤고, 1910년에는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을 지었죠.

정해진 날짜에 따로 예매를 해야만 야간 관람이 가능한 다른 궁궐들과는 달리, 덕수궁은 일 년 내내 야간 관람이 가능하며 별도로 예매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궁 야간 개장 예매를 놓친 분들에게 덕수궁은 고궁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대안이죠. 매주 월요일 쉬며, 입장은 오후 8시까지, 관람시간은 오후 9시까지입니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인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저녁 석조전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열립니다. 1910년 석조전에서 피아니스트 김영환이 고종 앞에서 연주한 것을 기리는 의미로 선보이는 공연이죠. 올해 석조전 음악회는 12월까지 이어집니다. 이번 달 공연은 3월 30일로, ‘세빌리야의 이발사’와 ‘돈 조반니’ 등의 뮤지컬과 가곡 메들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관람료는 무료이지만 덕수궁 홈페이지(www.deoksugung.go.kr)에서 음악회 일주일 전 오전 10시부터 선착순 100명까지만 예약할 수 있어요. 공연 시간은 오후 7~8시고, 오후 6시 30분까지 예약 확인을 마쳐야 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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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지운 인턴기자 lee.jeeun@joongang.co.kr, 자료=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사진=문화재청·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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