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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공문서에 아시안 비하 단어 '오리엔탈' 못쓴다

미주중앙

입력

연방 법규와 공문서 등에서 아시안을 비하하는 단어 '오리엔탈(Oriental)'의 사용을 금지시키는 법안이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그레이스 멩(민주.뉴욕 6선거구)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연방정부의 모든 공문서와 법규 법안 등에 오리엔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오리엔탈'이란 단어는 과거 유럽 제국주의 시절 아시아 국가나 국민들을 지칭할 때 쓰였다. 영국에서는 지금도 오리엔탈과 아시안 두 단어 모두 사용되고 있는데 오리엔탈은 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극동 지역과 일부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나 사람들을 일컫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아시안이라는 단어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지역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70년대부터 아시안을 비하하는 의미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아시안 또는 아시안 아메리칸이란 단어가 정확한 표현으로 인정받고 있다.

멩 의원의 법안도 오리엔탈이란 단어 대신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멩 의원실에 따르면 연방 법규 가운데 공공보건 및 복지법(Title 42 of the U.S. Code) 등 지금도 오리엔탈이란 단어가 쓰이고 있다.

멩 의원은 "오리엔탈이란 단어는 모욕적이고 낡은 문체"라며 "이제 연방정부는 특정 인종을 지칭할 때 경멸하는 뜻이 담긴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에너지보안과 기반시설 법안에 포함돼 하원을 한 차례 통과했었으나 전체 법안의 일부분이 개정되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표류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 올해 회기에 다시 상정됐고 상원 표결과 대통령의 서명만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이 같은 오리엔탈 단어 퇴출 법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워싱턴주에서 당시 주상원의원이던 신호범 전 의원이 발의한 오리엔탈 단어 퇴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당시 게리 록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 시행됐다. 그 후 뉴욕주에서는 멩 의원이 주하원의원이던 지난 2009년 같은 법안을 상정해 주의회와 당시 데이비드 패터슨 주지사의 동의를 얻어 시행되고 있다.

멩 의원은 이날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을 통해 "상원에서도 이 법안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와 통과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신동찬 기자 shin.dongch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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