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12시간31분 신기록 뒤…192시간 멈췄던 국회 재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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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12시간31분 동안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과 북한인권법안 등이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총선을 42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선거 37일 전 통과시켰던 2004년 17대 총선 때의 기록은 면했지만 혼선은 불가피하다.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을 기반으로 후보를 정하기로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당 “엄중한 시기, 통탄 금치 못해”

당내 경선에 쓸 안심번호(암호화된 휴대전화 번호)도 법적 효력을 갖게 됐지만 실무 적용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2005년 발의된 북한인권법도 11년 만에 빛을 본다. 북한인권법에는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해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 내 인권 침해 사례와 증거를 체계적으로 기록·보존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야당의 주장을 반영해 통일부에 두기로 했다.

여야는 일단 기록센터를 통일부에 두되 3개월마다 관련 기록을 법무부로 이관한다는 식으로 절충했다.

 대부업 법정 최고 금리를 기존 34.9%에서 27.9%로 대폭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또 법사위에선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토록 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등기·미등기 임원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의 보수 상위 5명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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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법안이 통과되기까진 진통을 거듭했다. 테러방지법안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제안한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38번째) 주자로 나서 오후 7시32분이 돼서야 필리버스터를 마쳤기 때문이다.

오전 7시1분 연설을 시작한 이 원내대표는 눈물을 쏟으며 12시간31분간 연설해 11시간39분이던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 원내대표는 “제가 갑작스럽게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해 상처받은 국민이 용서할 때까지 (단상에서) 버티겠다”며 시간을 계속 끌었다.

 이 원내대표 측근은 “이 원내대표가 주변에 ‘쓰러질 때까지 하겠다’고 말하고 연단에 올랐다”며 “12시간 분량 원고를 준비했는데 원고에 없는 말을 하면서 더 길어졌다”고 했다.

야권의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오후 7시6분에 시작해 192시간26분 동안 계속됐다.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1일 기자회견에서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이틀 가까이 더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의원총회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이 엄중한 시기에 저렇게 필리버스트를 계속하는데 통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쓰러질 때까지 한다니 참 징그럽다”고 말했다.

글=이가영·박유미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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