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박 “비례대표용 새 공천위를” 친박 “이한구에게 맡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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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지도부 내에서 4·13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는 주체를 놓고 또 계파 간 충돌이 벌어졌다.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이 있었다고 한다.

새누리는 또 공천 갈등

 비박근혜계가 “비례대표용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공천위)를 새롭게 구성하자”고 하자 친박근혜계는 “이미 활동 중인 공천관리위원회(공천위)에 일임하자”고 맞섰다. 공천관리위는 친박계의 4선 중진인 이한구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논쟁은 비박계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이제 선거구 획정도 됐으니 비례대표 공천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당무보고를 겸한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지금 새롭게 공천위를 하나 더 구성할 시간이 어딨느냐” “이한구 의원의 공천위에 비례대표 공천까지 맡기자”며 곧바로 반대했다고 한다.

 이견이 계속되자 김무성 대표는 “오늘(지난달 29일)은 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루지 말고 다음 회의 때 얘기하자”고 일단 정리했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권을 어디서 추천할 것인지를 둘러싼 계판 간 갈등은 당장 3일 최고위원회의부터라도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양측이 모두 비례대표 공천권 행사 주체에 민감한 이유는 지역구 의원들보다 손쉽게 ‘내 사람 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 새누리당에선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비례대표 공천은 잡음이 크지 않은 편이었다. 당 총재나 대표의 영향력이 강하고 하향식 공천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직 구체적인 비례대표 공천 방식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러다 보니 비례대표 공천의 기준과 방식, 일정을 정할 추천기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47석(현행 54석)으로 줄긴 했지만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20석 전후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는 비례대표에 자파 성향 초선 의원들을 심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선 김 대표와 지역구 공천을 놓고 이미 각을 세우고 있는 친박계의 이한구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위가 비례대표 공천까지 맡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셈법을 모를 리 없는 김 대표는 당연히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별도의 추천위를 꾸리고 싶어 한다. 다만 시간이 문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새누리당은 20일까지 공천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언제 지역구 경선 일정에 돌입할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러다 보니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원칙적으론 비례대표 공천위를 꾸려야 하는데 시간이 워낙 촉박해 김 대표의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김무성, 조만간 이한구와 면접=공천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은 이르면 주말께 면접자와 면접관으로 만난다. 김 대표는 현 지역구(부산 영도)에 공천을 신청했다. 부산 지역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가 6~8일로 예정돼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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